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등이 맞물려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보이는 가운데 유동성 확대에 나선 증권사들에게 물리는 과도한 과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들이 실제 수익 보다 과도한 세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세 과세표준과 손익통산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거래에 대한 교육세 과세표준에 손익통산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에 부과되는 현행 교육세는 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이익만 과세 기준으로 삼고 있어 최근 유동성 공급을 위한 증권사 거래 규모 급증으로 장부상 이익과 순손익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사들이 주로 수행하는 주식시장 MM과 ETF(상장지수펀드) LP는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ETF를 적정 가격에 원활히 매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MM은 저유동성 종목을 대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해서 제시해 거래 공백을 줄인다. 포지션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반대 방향의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통해 중립도 유지한다. ETF LP도 MM과 함께 호가 제시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NAV)와 벌어지지 않도록 괴리율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같은 구조상 MM과 LP 거래에서는 매매이익과 매매손실이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장 선임연구위원의 판단이다.
반면 현행 교육세법은 유가증권 거래에 대해 매매손실은 고려하지 않고 매매이익만 과세표준에 포함한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MM과 LP의 거래는 순수한 투자 목적의 유가증권 매매나 은행의 예금·대출 구조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고 봤다. 현재 손익통산이 허용되는 외환시장에서 은행의 외환·파생상품 거래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는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매매익이 2024년 7조2000억원에서 올 1분기(1~3월) 49조5000억원으로 약 7배 폭증했고 자산 대비 매매익 비율도 2016~2024년 평균 13%에서 올해 54%까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매매익만 포함하는 교육세 과세표준과 실질 순손익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부담이 지속되면 시장 유동성 저하와 가격발견 기능 약화로 이어져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가증권 거래에 손익통산을 도입하고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이와 연계된 파생상품 거래까지 그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주요 증권사는 1분기 1조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챙겼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30개 증권사(2025년 12월 결산법인 기준)는 이 기간 총 1조113억원 수익(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대출 등 신용공여 이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6730억원 대비 50.3% 늘었다. 지난해 4분기(9105억원)와 비교해도 석 달 동안 11% 뛰었다.
국내 증시 활성화에 따라 올 1분기 거둔 신용공여 이자 수익은 지난해 1년 치(3조1047억원)의 33%에 해당해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