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유치를 위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여론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찬성' 답변을 독려한 것을 두고 지역 사회의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현재 SMR 유치전은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의 부지 선정 평가 항목 중 '주민 수용성'이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 신청 당사자인 기장군청이 지역 발전을 위해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응답을 독려하는 것은 경쟁 승리를 위한 적극 행정이자 당연한 책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장군은 여론조사가 시작되자 "기장군의 발전을 위해 군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유치 찬성 참여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경쟁 지자체인 경주시 역시 "곧 진행될 전화 설문조사에 적극 참여해 주시고 긍정적인 답변을 부탁드린다"고 홍보에 나선 상태다.
12일 기장군과 유치 찬성 측 주민들에 따르면, 이번 SMR 유치 신청은 기장군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희망과 요구,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쳐 '군정 정책'으로 수립된 사안이다.
반면, 오는 7월1일 취임을 앞둔 우성빈 기장군수 당선인은 유치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홍보 방식에는 명백히 각을 세웠다.
우 당선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SMR 유치에 동의하기 때문에 군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금처럼 군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찬성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은 여론조사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청회 등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주민들이 실제로 SMR 유치에 공감하도록 하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대가 크다면 그에 맞춰 새로운 군정 기조를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우성빈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이 촉박한 국책사업 일정을 고려하지 못한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자칫 유치 탈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수원의 공고에 따르면 여론조사와 현장실사를 포함한 부지 조사 및 평가는 오는 25일까지 모두 완료된다. 반면 우 당선인의 임기는 7월1일부터 시작된다. 취임 후 공청회를 열어 주민을 설득하고 반대가 크면 기조를 바꾸겠다는 당선인의 계획은 이미 부지 선정이 끝난 뒤여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기 군수가 "기장군의 현재 여론조사 홍보가 부적절하다", "주민 반대가 크면 기조를 바꾸겠다"라며 성급하게 부정적 표현을 한 것은 한수원 평가위원회에 유치 의지 부족이라는 시그널을 주어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치던 기장군청의 행정에 당선인이 엇박자를 내면서 유치 동력을 꺾었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기장군이 경주시에 밀려 SMR 유치에 최종 탈락할 경우 당선인의 발언에 대한 책임론과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