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청 전경. /사진제공=구미시

보건 전문 인력을 면장과 동장 등 일반행정 책임자로 보내고, 정작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건소 핵심 과장 자리는 행정직에게 맡기는 등 구미시의 불합리한 인사가 행정안전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12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조직운영 실태감사' 결과에 따르면, 구미시는 정원·현원 직렬 불일치, 전문임기제 공무원 운영 부적정, 과 설치 기준 미준수, 사업소 운영 부적정 등 조직·인사 운영 전반에 걸쳐 다수의 위반 사항을 지적받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직렬 전문성을 무시한 인사 운영이다. 현재 해평면장은 행정·농업·시설 5급 직렬 정원 직위임에도 보건 5급 공무원이 배치돼 있으며, 신평1동장 역시 행정·시설 5급 직위에 보건 5급 공무원이 근무 중이다. 비산동장 또한 행정·시설·방송통신 5급 정원 직위에 녹지 5급 공무원이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보건 전문성이 요구되는 구미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은 보건·의무·간호·의료기술 직렬로 정원이 책정돼 있음에도 행정 5급 공무원이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보건 전문 인력은 일반행정 현장으로 보내고, 시민 건강증진 정책과 감염병 예방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핵심 보건 부서는 행정직이 맡는 역전된 인사 구조가 운영되고 있었던 셈이다.


건강증진과는 시민 건강관리 정책과 감염병 예방, 건강증진 사업 등을 총괄하는 핵심 부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보건행정 전문성의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전문 직렬보다 행정직을 우선 배치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장급뿐 아니라 실무 인력 배치에서도 직렬 불일치 사례가 확인됐다. 농업정책과는 행정·농업(7급) 직렬 정원에 사무운영(6급) 직렬 공무원을 배치했고, 공원관리소 역시 행정·녹지(9급) 직렬 정원에 사무운영(7급) 직렬 공무원을 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사무소 편법 운영도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구미시는 지난 2022년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할 전문임기제 나급(5급 상당) 투자협력관을 채용한 뒤 근무지를 서울사무소로 지정했다. 행안부는 해당 투자협력관이 사실상 서울사무소장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미시 조례상 서울사무소장은 행정 5급 일반직 공무원이 맡아야 하므로,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사업소장처럼 운영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정요구 처분이 내려졌다.

인사 운영뿐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에서도 규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구미시는 기획조정실 예산재정과와 첨단산업국 반도체방산과를 각각 정원 11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현행 규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과를 설치할 경우 12명 이상의 정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구미시에 대해 조직 규모와 기능, 인력 배치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정원과 현원이 일치하도록 인사 운영을 개선하는 한편 향후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운영 전반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보건 전문 인력을 일반행정 책임자로 배치하면서 정작 보건행정 핵심 부서는 행정직이 맡는 인사 구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행정 전문가는 "복수직렬 제도가 조직 운영의 유연성을 위한 장치라고 해도 직렬 전문성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보건직은 일반행정으로 보내고 보건행정은 행정직이 맡는 현재의 인사 구조가 시민들에게 어떤 행정적 효과를 가져왔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