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물린 주식이 있는데요…."
다음달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며 점을 봐주기 어렵다던 서울 중랑구의 한 유명 점집 무당은 18일 기자의 '주식' 이야기에 "종목 이름을 말해보라"며 태도를 바꿨다. 반도체 관련 회사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대장주'로 분류되지 않는 두 개의 종목을 이야기하자 무당은 곧바로 "앞에 말한 게 낫다"며 투자 종목을 정해줬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신점으로 말해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주식 투자와 무속신앙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주술의 도움을 받는 청년 개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맘카페에서 유명한 서울 송파구의 한 점집 무당은 "주식 투자에 관해 물어보는 젊은이들이 확실히 많다"며 "종목을 가져오면 언제쯤 오르고 팔지 보인다. 손님들이 내 예측이 70%는 맞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타로 점술가는 "단타칠 종목 들고 와서 점을 쳐보는 남성들이 많다"며 "너무 자주 와서 솔직히 나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30대 직장인 민모씨는 지난해 12월 일본 여행을 갔다가 처음으로 신사에서 행운의 부적을 샀다고 했다. 민씨는 "5년간 보유하던 주식이 오르지 않아 호기심에 사 봤는데, 부적을 산 뒤 올해 초부터 주가가 올라 혹했다"고 말했다.
젊은 층과 무속을 이어주는 주요 매체는 유튜브다. 15만원씩 내고 전화 신점을 본다는 직장인 이모(24)씨는 "깃발 꽂힌 무당집에 직접 찾아가는 건 무섭다"며 "주로 유튜브에서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서 전화로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고 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주식 예측으로 유명한 한 유튜브 채널에는 '선생님이 2026년도는 에너지와 바이오라고 말씀하셔서 7000원에 관련 주식을 샀는데 지금 2만원이 넘었다', '믿고 주식 정리했는데 정말로 이틀 연속 5%대 하락했다. 놀랍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한국어로 '무당'과 '주식'을 함께 검색한 횟수는 지난 5년 동안 거의 두 배가량 늘었다. 특히 올해 3월 검색량이 최고치를 찍었는데, 코스피가 6000선에 안착하며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때였다. '주식'과 '운세'를 함께 검색한 횟수 역시 올해 3월이 가장 많았다. (그래픽 참조)
주식 투자마저 주술에 기대는 절박함을 이용한 상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튜브 무료 영상을 보고 상담 전화를 걸자 "회원 등급에 따라 3개월 치, 6개월 치 투자 종목을 알려준다"며 "우리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상품 금액에 따라 회원 등급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이 쇼핑몰에 올라온 가장 저렴한 상품 가격은 5만원이었는데, 이 상품으로는 '오늘의 운세' 같은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최소 10만원짜리 열쇠고리를 구입해야 무속인이 짚어주는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10만원에 파는 열쇠고리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몇천원에 파는 제품이었다.
유튜브 구독자 3만명을 보유한 다른 무속인은 작년까지 코인 등락을 예측하다 올해 2월부터 주식 리딩으로 영상 주제를 바꿨다. 이 무속인에게 주식 상담을 하자 "내가 삼성, SK, LG의 주가 상승 시기를 다 맞혔다"며 "종목을 말해주면 '돈이 된다, 안 된다'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젊은 손님은 나한테 굿을 하고는 주식으로 2억원을 벌었다"며 굿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기자가 접촉해본 10명의 무당은 한결같이 투자 정보의 출처로 '신령님'을 꼽았다. 서울 강남구 논현역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한 남성 무당은 "따로 주식을 공부하지는 않는다"고 했고, 서울 광진구의 무당 역시 "신점으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허위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해 주가가 급등할 것처럼 매수를 부추기는 행위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와 같은 시장 질서 교란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명확한 근거 없이 투자를 유도했다고 해서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긴 힘들다는 점이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불법 정보 이외에는 통제가 힘든 게 현실인 만큼 주술에 의지한 투자의 책임은 본인이 질 수밖에 없다"며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젊은이들의 의지할 것이 주식과 무속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