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SK에너지 주유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정유기업들이 주유소 공급가격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너지가 업계 최초로 공급가 사전 고지 방식을 택한 데 이어 다른 정유사 역시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및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업계의 이번 움직임이 국내 정유 시장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에너지는 주유소 공급가격을 일주일 단위로 사전 고지하고 사후정산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새로운 가격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명확한 가격 결정 기준 및 주유소별 거래조건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확정한 주 단위 공급가격을 주유소 등 유통 고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다. 새 가격 제도는 정부의 최고가격제 종료 이후 도입될 예정으로, SK에너지는 업계 처음으로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정유사가 될 전망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관련 제도를 손질 또는 유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사후정산제 관련 자율협약 사안에 따라 공급가격을 주간 단위로 사전 고지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HD현대오일뱅크 또한 이를 도입하기 위한 내부 준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S-Oil)의 경우 이미 일간 공급가격을 고지한 뒤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주유소는 물론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리 고지된 공급가격을 기반으로 전국 주유소 판매 가격 결정이 가능한 만큼 유통 고객의 매입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소비자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기업이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책임 있는 에너지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 될 수 있단 평가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 변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번 제도 개편이 시의적절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이란 전쟁 발발 106일 만인 지난 14일(현지시각) 합의가 이뤄지고 19일 종전 양해각서 서명이 이행되긴 했지만, 국내 석유제품가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제품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변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가격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필요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 경쟁력이 단순 비축 물량이나 정제 능력을 넘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체계와 투명한 시장 운영 역량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향후 정유업계 전반으로 유사한 소비자 신뢰 강화 노력이 계속해서 확산될지 주목된다"고 했다.

한편 정유업계는 가격 체계 개편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에너지는 이날부터 SK주유소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당 50원 인하하기로 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종료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최장 한 달 간 운영된다.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날 차량용 경유 가격 50원 인하 정책을 도입했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상생 협약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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