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준 6주 연속 이어졌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만 주식 순매도가 순배수로 돌아섰다. 사진은 지난 4월21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 증권거래소에서 찍힌 TSMC 주가의 모습. /로이터=뉴스1

아시아 증시에서 주목받던 한국과 대만이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 매도세에 휘청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외신들은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연 AI 호재로 아시아 내에서 선두를 달리던 한국과 대만 증시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우량 평가받는 타이완…한국 증시는?

블룸버그통신은 12일(이하 현지시각) 지난주 기준 6주 연속 이어졌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만 주식 순매도가 순매수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이번달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만 주식 17억달러(약 2조4000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62억달러(약 8조7700억원)를 순매도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증시가 AI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안정적인 실적이 강점으로 작용한 반면 한국 증시는 최근 메모리주 중심 AI 랠리와 높은 레버리지 투자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대만 증시가 최근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워런 치앙 그랜섬메이요반오털루(GMO)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만 기업들에 대해 "매우 우량하다"며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지나치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국 증시는 올들어 한동안 대만을 제치고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선두를 달리는 건 대만이다. 다만 한국과 대만 증시 모두 연초 대비 50%가 넘었다. 한국과 대만 증시 변화에 대해 블룸버그는 최근 한국 증권 시장 AI 랠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향력이 눈에 띄었지만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가격과 실적 경기 순환성이 강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있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만은 TSMC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 전자부품, 서버 등 AI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기업들이 포진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같은 구조가 메모리 업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최근 AI 랠리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와 달리 로이터통신은 대만 한국보다 앞서고 있다 보지 않았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은 런던증권거래소(LSEG)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순 유출이 9개월 연속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과 대만에서 매도세가 집중됐다며 "타이완 증시에선 229억5000만달러(약 32조4880억원)가 순매도 됐는데 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이탈 폭(지난 6월 약 80억달러(11조3248억원) 순매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는 62억6000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 순 유출이 지속됐다"며 "기술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과 대만이 AI 투자 열풍 감소, 반도체 수요 우려 직격탄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한국·대만 증시, 전망도 각양각색

한국과 대만 증시에 대한 전망도 다양한 편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과 대만 증시에 대한 전망도 전문가들마다 다르다. 블룸버그의 경우 AI 조정장 이후 아시아 증시로 복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보다 대만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증시의 높은 레버리지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요인이라며 개별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헤베 천 밴티지글로벌프라임 수석 시장분석가는 "한국은 레버리지와 투기적 포지션 비중이 훨씬 높다"며 "펀더멘털이 의미 있게 악화하지 않아도 기대가 조금만 흔들리면 주가가 과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한국 증시 매력이 더 크다고 밝혔다. 코스피의 대만 증시 대비 할인 폭은 이번 매도세를 거치면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아이작 통 애버딘 아시안인컴펀드 수석 투자책임자는 "대만은 한국만큼 조정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로이터는 한국과 대만 증권 시장 중 어디가 더 낫다는 평가보다는 급격한 자금 이탈 충격을 받은 한국과 대만 증시가 숨 고르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AI 투자가 기업 이익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냐에 따라 향후 주가 재반등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하드웨어 기업들이 향후 실제 이익을 증명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금리 환경과 결합해 AI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이 재무 부담이나 채무 상환 능력이 향후 주가 향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