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두고 '직급별 유니폼' 착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직원별로 유니폼 색깔을 다르게 착용해 차별 소지가 있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방침이다.
22일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니폼은 계급장이 아니다"며 대한항공의 직급별 유니폼 착용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권 위원장에 따르면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은 직급에 따라 착용하는 재킷 색상이 구분된다.
대리 이상은 청자색, 그 아래 직급은 베이지색 재킷을 착용하는 방식이다. 연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마무리되고 직원 유니폼도 일원화될 예정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에게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권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몰랐던 대한항공의 계급도를 목도하며 분노가 올라온다"며 "아직도 이런 회사가 존재한다니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유니폼은 계급장이 아니다"며 "길거리에서도 내 개인정보를 전시해야 한다는 것은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직급별 유니폼 규정이 헌법상 평등권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진정서 초안에서 권 위원장은 승무원 유니폼의 목적이 기내 안전 담당자 식별과 업무 수행, 소속감 고취 등에 있는 만큼 직급별로 색상을 달리해야 할 기능적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 직급 이상과 미만 승무원이 기내에서 수행하는 고객 안전·서비스 업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승진 여부를 기준으로 복장을 구분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직급을 유니폼 색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승진 여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승진 여부를 옷으로 강제해 시각화하는 것은 진급하지 못한 근로자들을 하대하거나 구분 짓는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격권과 자기 결정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했다. 직급에 따라 유니폼 색상이 달라질 경우 동료뿐 아니라 승객도 승무원의 직급을 쉽게 인지할 수 있어 해당 직원에게 심리적 위축이나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출퇴근 과정에서 직급이 외부에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권 위원장은 직원들이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보관시설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경우 자택에서 유니폼을 착용하고 이동해야 한다며 "회사 내 직급과 진급 여부라는 인사 정보가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해외 항공사는 유니폼 색상으로 승무원의 직급을 구분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여성 객실승무원의 유니폼인 '사롱 케바야'를 파란색·초록색·빨간색·보라색 등 4가지 색상으로 구분해 직급을 표시한다. 남성 승무원도 넥타이 색상으로 직급을 구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말 통합 항공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25일 양사 합병을 조건부 인가했으며 대한항공은 오는 12월17일 통합 항공사 출범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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