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ESS 등 유연성 자원 확대 방안' 세미나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요반응(DR)을 두 축으로 한 유연성 자원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자원별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 창출 구조가 다각화될 수 있도록 제도·시장 기반이 마련돼야 한단 분석이다.

26일 국회기후변화포럼과 한국에너지공단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ESS 등 유연성 자원 확대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선 유연성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관련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시점 가장 실효성 있는 ESS 자원으로는 양수발전이 제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안재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수발전은 가장 저렴한 ESS 자원"이라며 "수명이 40~60년으로 길어 초기 투자비를 장기간 분산할 수 있고 저장용량 확대에 따른 추가비용도 낮다"고 했다.

다만 양수발전이 전략적 가치에 비해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연구위원은 "신규 양수발전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현행 시장에서의 보상도 충분치 않다"며 "미국처럼 투자세액공제와 운영 인센티브 프로그램,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을 결합한 패키지 형태의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프라 특성에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물량은 100MW 단위"라며 "크게 지을수록 kW당 단위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기준 등으로 설비 구축에 제약이 있는 만큼 해당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설비 투자비(CAPEX) 기준으로 100MW BESS의 kW당 단위비용은 24만원대인 반면에 500MW 규모에서는 19만원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배터리로는 소듐이온 배터리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연구위원은 "소듐이온 배터리는 높은 안전성과 우수한 저온 성능을 갖춰 화재 규제로 위축된 국내 ESS 시장에 적합하다"며 "비용 측면에서도 LFP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양산 확대 시 추가적인 가격 하락 여지도 있다"고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장점"이라고도 덧붙였다.

DR 자원 중에서는 히트펌프와 전기차(EV)를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꼽았다. 안 연구위원은 "히트펌프는 건물과 온수의 열용량 덕분에 수십분~수시간까지 가동 시점을 조정할 수 있고, EV는 충전 시점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부하"라며 "ESS 대비 DR의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국내 VPP 사업자의 DR 겸업을 허용하면 ESS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유연성 자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영재 한국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처장은 "전력 분야의 ESS 이외에도 히트펌프·전극보일러 P2H(Power-to-Heat) 등의 유연성 자원도 필요하다"며 "유연성 자원 종류가 다양한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여러 자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ESS 수익원을 다각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최경묵 LG에너지솔루션 EaaS국내사업팀 책임은 "한 자원이 차익거래뿐 아니라 용량·보조서비스·출력제어 완화·송배전망 편익을 제공하고 각각의 기여도를 확인해 보상하는 수익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며 "같은 시간에 동일한 MW를 여러 상품에 중복으로 약속하지 않도록 상품별 약속 용량·호출 순서 등도 함께 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러 수익을 허용하는 만큼 약속한 성능과 계통 신뢰성을 지키는 규칙도 분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성 자원이 확대되기 위해선 관련 시장 환경도 수반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시장 참여자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리기보단 새로운 참여자가 스스로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BESS·DR·VPP·EV 등 다양한 자원이 동일한 계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기술이나 사업자 유형과 관계없이 시장에 참여하고 가능한 한 동일한 성능 기준과 정산원칙 아래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