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메시지가 한 달 새 한층 강해졌다.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튼 뒤 이날 곧바로 한 차례 더 금리를 끌어올리며 결정문에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구를 넣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대폭 상향하며 성장에 대한 우려가 줄고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응할 정책 여력이 커졌음을 확인했다.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은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다만 지난달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인상에 찬성했던 것과 달리 이날에는 황건일 위원이 2.75%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한 달 사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표현은 한층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7월 한은은 "성장세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 달 뒤인 이날은 경기 판단부터 한 단계 높였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물가 수준이 높다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 회복 등을 통해 물가 압력이 더 번지기 전에 금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을 명시한 셈이다.

실제 성장 전망은 한은의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됐다. 지난달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회복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 상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에는 이를 숫자로 확인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 내년 전망치를 2.9%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인 2.6%, 2.1%보다 각각 0.7%포인트, 0.8%포인트 높였다.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으로 수출과 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 여건 개선에 힘입어 소비 회복도 확대될 것이란 판단이다.

물가 판단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2.7%에 "대체로 부합"한다는 판단과 함께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 2.4%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한은은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번에는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을 2.7%로 유지하면서도 근원물가 전망을 2.5%로 상향했다. 내년 근원물가 전망도 기존 2.3%에서 2.5%로 높였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로 2.8%까지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2.6%로 오히려 높아졌다. 한은은 앞으로도 누적된 비용 압력의 전이가 이어지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웃돌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안정 요인 가운데 환율에 대한 경계감은 다소 완화됐다. 지난달 한은은 향후 정책방향에서 "높은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를 모두 경계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번에는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완화 등으로 외환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큰 폭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도권 주택가격은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고 가계대출도 상당폭 증가했다고 진단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은 유지했다.

향후 금리 경로를 설명하는 문구는 오히려 유연해졌다. 7월에는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며 정책 방향 자체가 인상 쪽으로 전환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결정문에서는 '금리인상 기조'라는 표현이 빠졌다. 한은은 "물가·경기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의 인상 명분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표현으로 강화했지만 앞으로의 인상 속도를 경제지표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