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미국 주정부들과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사용 제한'과 '알고리즘 정책 변경' 등 강화된 조치에 합의했다. 앞서 47개 주 정부는 메타의 서비스가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등으로 중독성을 유발하는데도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는 책임을 부인해왔지만,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게 될 것을 우려해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메타는 먼저 18세 미만의 페북∙인스타 사용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한다. 자정~오전 6시까진 아예 접속을 차단한다. 특히 단순히 시간제한을 넘어 '서비스 설계' 자체에 손을 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소년 계정의 경우,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 두는 알고리즘 추천을 사용하지 않도록 선택이 가능하게 한다. 성형수술 효과를 내는 사진 필터도 강한 중독성 논란 속에 쓰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런 변화가 '업계 표준'처럼 확산할지도 관심이다. 메타가 유튜브, 틱톡 등 경쟁사 서비스에도 동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 역시 각 교육청과 개인들로부터 수천건의 소송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들까지 가세할 경우 메타는 청소년 사용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더 줄일 방침이다. 아울러 메타의 위상을 감안할 때, 파장이 미국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프랑스에선 지난달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가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지만 메타 사례 이후로 금지 여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호주에선 이미 지난해 말부터 16세 미만의 이용을 제한했고, 이런 흐름은 유럽 각국으로 번지는 추세다.
우리도 소셜미디어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이 조롱과 혐오 콘텐츠를 반복 노출해 청소년의 혐오 정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회에는 연령에 따라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법안이 8건이나 올라왔지만 제대로 논의되진 못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의 서비스 가입을 제한하고, 14~19세의 경우 중독성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소 신중한 모양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게임 셧다운제' 실패를 의식하는 듯하다. 지난 2011년 청소년 게임 사용을 제한했지만, 업계 반발과 청소년 권리 침해 논란으로 결국 폐지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경우 '사용 시간'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중독성을 부추기는 '서비스 설계'를 고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메타 사례가 중요한 것도 중독성 설계를 바꾸는 데까지 나아갔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처럼 강화된 원칙을 국내 시장에도 적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청소년에게는 보호 수준을 높이면서 한국 청소년들에게는 기존 원칙을 유지한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입법을 통해 규제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시행 이후 부작용이 생기면 세부 내용을 다시 손질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 똑같은 플랫폼을 쓰는 청소년 보호에 미국과 한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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