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로 산업계 부담이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 판매 수입까지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서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 등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 한전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공청회를 열고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기본요금·전력량 요금 등으로 구성된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지역마다 요금 차이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인하 폭이 가장 큰 남부권(영·호남)의 경우 2025년 기준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kWh당 181.9원) 기준 최대 18원까지 인하된다. 이외 지역 인하 폭은 ▲중부권(강원·충청)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서울 강북·인천·경기 북부) 최대 10원이다. 수도권 남부(서울 강남·경기 남부 등)는 현행과 같거나 1원 안팎 조정된다.
지역별 요금은 송전 비용과 전력 자급률, 균형성장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된다. 우선 송전망 이용에 따른 지역별 송전 비용 차이를 반영한다. 발전지역과 전력 소비지역 간 거리가 멀수록 송전망 구축·운영에 드는 비용 및 전력 손실이 커지는 걸 고려했다. 여기에 광역권 간 전력 자급률 순위를 바탕으로 지역별 발전·소비 요건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격 신호도 요금제에 담았다.
제도 도입을 통해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는 한편 균형성장과 산업 경쟁력 제고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공청회에서 산업계는 조속한 시행을 요청했다.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조성이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석유화학·철강 등 비수도권 주력산업이 대표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히며, 산업계 전체의 전기요금 부담은 연간 약 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한전의 재무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줄어드는 산업용 전기요금(연간 2조8000억원)만큼 한전의 전력 판매 수입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부채가 누적된 한전 입장에선 수익 감소가 재무구조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전의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는 210조7000억원이며 차입금 또한 133조3000억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115억원이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연료비 급등 여파가 남아 있는 데다 국제 유연탄 가격이 오르며 연료비 부담이 늘었다. 올해 벌어진 중동 전쟁에 따른 연료가격·환율 상승 영향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관련 우려는 시장에도 일부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한전 종가는 3만3950원으로 전날보다 2.4% 떨어졌다. 최근 이틀 연속 이어졌던 상승세가 꺾였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예고한 만큼 중장기적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등 그동안 한전이 부담해왔던 공공적 성격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전환할 것"이라며 "전력망 이용 요금 현실화 및 지역별 한계가격제(LMP), 한전의 자체 자구노력 등을 통해 보강할 것"이라고 했다.
한전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공기업으로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해야 하는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송전망 구축에 여러 제약이 있다 보니 지산지소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제도가 추진되는 것 같다"며 "정부가 한전 손실을 보전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송전망 구축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제도 도입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지켜본 뒤 추가 확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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