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연금 수급 기준인 '65세 이상 노인 소득 하위 70%'가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수급자 가운데 소득 하위 30%인 348만 명은 올해보다 3만 원 많은 월 38만 원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1일 공개한 기초연금 개편안의 골자다. 복지부는 올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저소득 노인에게 더 주는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래는 두텁고 위는 얇음)' 방식의 개편을 지시한 뒤 수급 기준 조정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소득 하위 70%' 기준은 건드리지 못한 채 급여액만 일부 차등화하는 데 그쳤다. '하후'도 '상박'도 아닌 용두사미식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제한적 차등 지급'이다. 소득 하위 70%를 세 구간으로 나눠 내년 4월부터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0∼30%에는 월 38만 원, 30∼45%인 174만 명에게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35만9000원을 지급한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45∼70%의 290만 명에게는 올해와 같은 35만 원을 준다. 45∼70% 구간의 연금액을 동결해 약 1700억 원을 아끼는 대신 저소득층 차등 지급에 465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약 23조1000억 원인 기초연금 예산은 내년에 25조7000억 원으로 11%가량 늘어난다. 국가 재정의 총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는 셈이다.
현행 '70% 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5년 200만 명에서 올해 779만 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133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초연금 지출이 2050년 46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1.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고령층의 경제력은 꾸준히 개선돼 중산층 이상까지 기초연금을 받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다른 자산이 없다면 근로소득이 월 468만 원 이상인 노인도, 맞벌이 부부는 합산 소득이 연 1억 원에 육박해도 수급 대상이 될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기초연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도 장기적으로 수급 대상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로 수급 문턱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KDI에 따르면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100%로 고정해도 연평균 4조2500억 원, 5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면 9조6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절감한 재원을 빈곤 노인에게 집중하면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개편안 사전 브리핑이 청와대와의 협의 끝에 불과 1시간 전에 돌연 취소됐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 축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개혁의 핵심을 포기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기초연금을 덜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게 될 고령층의 여론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표를 의식해 수급 기준은 손대지 못한 채 급여만 올리는 일이 반복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연금은 국가 정책의 골간이자 수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할 국가 대계다. 어려운 노인을 더 두텁게 보호하되 국가 재정이 감당 가능한 범위로 수급 대상을 조정하는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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