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물러났다. 청와대는 1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수개월 전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책임론이 제기돼 온 데다 부동산 문제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 실장은 지난 1년 3개월간 증시·부동산·환율·인공지능(AI)·반도체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을 지휘해 온 대통령의 핵심 참모다. 주식시장 급변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비롯해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정책과 용산공원 개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차등 적용하는 세제 개편안 마련도 주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코스피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김 실장에 대한 사퇴·경질 요구가 커졌다. 민심 이반까지 불러온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그에게 집중됐다.
김 실장의 잦고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도 시장의 혼선을 키웠다. 그는 얼마 전까지 A4 용지 수십 장 분량의 장문을 연이어 내놓으며 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은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방향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 책임자의 발언이 지녀야 할 무게와 절제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김 실장을 유임하는 데 무게를 둬 왔다. 대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교체하며 국정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던 김 실장이 교체 대상에서 빠지면서 쇄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중폭 개각의 의미도 반감됐다. 정책을 총괄한 청와대 참모는 그대로 둔 채 손발을 맞춰 온 장관들만 교체해서는 책임 있는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었다. 김 실장의 뒤늦은 사퇴는 국정 지지율 하락 속에 이런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김 실장의 사퇴로 경제 라인이 전면 교체됐지만, 사람만 바꾼다고 정책이 저절로 제자리를 찾고 돌아선 민심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을 국정 기조 전환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특히 규제와 세금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부동산 정책의 방향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정부가 이날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당초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하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일부 손질하긴 했지만 이 정도의 보완으로 시장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징벌적 과세 논란을 낳은 세제개편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민간 공급 활성화 등 실질적인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인사가 단순한 책임자 교체에 그친다면 실패가 되풀이될 뿐이다. 대통령 스스로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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