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8일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상승률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발언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은 7월 말 워싱턴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가 열린 후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연준 목표치인 '연 2%'를 65개월 연속 웃돌고 있는 미국 물가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발언으로 '긴축의 시대'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바짝 긴장했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 경제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이날 워시 의장은 "개인소비지출(PCE) 등 여러 지표가 일제히 인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다. 연준의 주된 초점은 물가"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의 특명을 받고 임명된 것이나 다름없는 워시 의장이 미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연준 본연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강조하며 향후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3.5∼3.75%인 기준금리를 연준이 9월이나 10월중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시장금리 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의식해 시점은 다소 늦어지더라도 인상의 방향성만은 뚜렷해졌다. 지난주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3.0%까지 올린 한국은행 역시 다시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향후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 현재 연 7%대 초반인 시중은행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조만간 8%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끌' 부동산 투자자, '빚투' 주식투자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등 수출산업과 달리 'K자형 양극화'의 다른 쪽에 서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7월 24일 이후 한 달 넘게 7,000선을 밑돌고 있는 코스피의 회복에도 금리상승은 악재다.

금리상승에 대응해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생긴 빚을 아직도 제대로 못 갚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6조 원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고금리의 고통이 집중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선진국들이 나랏빚을 과도하게 낸 후유증으로 시작된 이번 금리인상 기조가 각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될 때까지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선심성 부채 탕감이 회생 불가능한 사업자의 폐업을 늦춰 고통을 오히려 장기화하거나, 전업을 통한 재기의 기회마저 놓치게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