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장관에 임명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은 가능하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을 사퇴해 후순위 후보에게 승계해 온 정치권의 관행과는 분명히 배치된다. 30대 최연소 여성 장관 후보자의 등장은 세대교체와 정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장관직과 의원직을 모두 지키려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현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 사퇴를 주저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가 물러나면 기본소득당은 원내 유일 의석을 잃게 된다. 용 후보자는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시민당,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명부를 통해 당선됐다.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의석은 기본소득당이 아닌 연합 명부의 다음 순번 후보에게 돌아간다. 원외정당으로 밀려나면 의정활동 기반은 물론 국고보조금 등 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위성정당 정치가 빚어낸 모순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돕고 민심을 의석에 충실히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소수정당들이 생존을 위해 연합 명부에 참여하면서 제도의 취지는 크게 훼손됐다. 유권자의 정당 선택과 의석의 귀속이 어긋났고, 의원 한 사람의 거취가 정당의 존립을 좌우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은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사유물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당과 명부에 부여한 공적 자리다. 지역구와 달리 비례대표는 후순위 승계로 의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사퇴 관행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더욱이 정부 부처를 책임질 장관이라면 소속 정당의 존립이라는 정파적 이해와 행정부 수장으로서의 공적 책무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답해야 한다. 소수정당의 어려움이 겸직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겸직 논란에 가려져 있지만, 장관 후보자로서의 전문성 검증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용 후보자는 21·22대 국회에서 11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성평등·가족 분야 소관 법률의 대표발의 실적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건수만으로 자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관련 현안에 대한 축적된 이해와 실효성 있는 정책 비전을 입증할 책임은 후보자 자신에게 있다. 특히 어느 한쪽 진영의 목소리에 치우치지 않고, 젠더 갈등과 성소수자 현안에 균형 있게 대응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 역량이 있는지도 청문 과정에서 가려져야 한다.
이번 논란은 후보자 개인의 결단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정치권은 위성정당 편법이 낳은 대표성의 왜곡을 바로잡고, 비례대표제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소수정당의 정치적 다양성은 두텁게 보장하되, 그 명분이 공정과 책임정치의 원칙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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