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지휘부 회의에 앞서 경찰헌장을 낭독하고 있다./사진=뉴스1



새로 구성된 경찰 수뇌부가 3일 첫 회의에서 '대국민 반성문'을 발표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대행은 취임과 함께 지휘부를 불러 모아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음)'을 다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말 잔치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변화와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찰은 최근 장윤기의 여고생 살인 사건과 제주도 실종 사건에서 부실한 대응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다음 달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경찰에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이대로 맡겨도 되는지 의구심을 키웠다.

지금의 경찰 모습은 총체적 난맥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위급 간부부터 일선 경찰관까지 믿기 어려운 일들을 벌이고 있다. 장윤기 사건의 경우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강간은 조용히 하자"며 수사 축소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제주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장은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피해자를 외면했다고 한다. 모두 경찰의 조직 기강과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경찰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먼저 수장 공백부터 해소하고, 지휘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청장 없는 직무대행 체제만 벌써 세 번째다. 이래서는 조직 쇄신과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13만명에 달하는 경찰이 정식 지휘관 없이 움직이는 상황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김종철 대행이 반성문을 통해 혁신을 다짐했지만, 청장의 약속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김 대행과 서울청장·인천청장 등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차기 청장 인선을 위해 후보군을 좁혀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청장 인선을 중수청장 인사와 함께 마무리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 체계의 대개편을 앞둔 만큼, 두 조직의 수장 후보를 함께 놓고 적임자를 고심할 필요는 있다. 그렇더라도 경찰 수장의 장기 공백을 더 방치해선 안 된다. 특히 경찰은 '개혁 추진단'을 설치해 현장 업무방식부터 조직문화까지 모든 것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원점에서 문제점을 뜯어고치겠다면 책임과 권한이 온전히 주어진 청장 체제에서 진행하는 게 순리다. 경찰 개혁은 반성문이나 추진단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식 수장을 세우고, 책임지는 지휘 체계를 복원하는 것부터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