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8·3 세제 개편안' 중 논란이 가장 큰 '비거주 1주택자' 부동산세 중과 방안을 일부 수정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 원으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당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실거주자의 경우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높여 세 부담을 덜어주되, 비거주자는 9억 원으로 낮춰 부담을 높이는 것이었다. 자기 집을 빌려주고 다른 곳에 세를 산다면 1주택자라도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의 소지가 있는 만큼 세금을 더 물리자는 게 이번 개편안의 기본 전제였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세제개편을 총괄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그 이틀 전에는 세제 개편안을 만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부동산 정책 책임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각으로 교체됐다. 최근 정부 지지율 추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 특히 세제 개편안 논란이 '경제 투톱'을 비롯한 장관급 이상 고위관료 세 명의 계급장을 뗀 셈이다.
세제 개편안이 8월 초 나왔을 때 부동산, 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은 "정말 추진하냐"는 거였다. 갭투자가 뒤섞여 있다고 하지만, 달랑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이들에게 페널티를 물리는 세제를 진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거다. 20년도 안 돼 '원본 자산'을 바닥 나게 만들 정도로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거주요건을 만든 문재인 정부도 시도한 적 없는 게 비거주 1주택 중과세다.
취학, 이직, 부모봉양 등 정부가 정한 예외사유 범주에 속하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들이 개인적 사정들이 추가로 나올 때마다 국민의 반응이 싸늘해졌다. 손자녀를 돌보려고 집을 빌려주고 자녀 집 주변 전세를 얻은 조부모, 반대로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려고 부모 집 옆으로 이사한 이들이 하소연한다. 학교폭력, 이혼소송 등 드러내기 싫은 이유로 집을 놔두고 세 사는 이들은 "내밀한 집안 사정을 세금 때문에 정부에 보고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공한 정책은 공치사하는 이들이 많아서, 실패한 정책은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어서 특정 정부 정책의 '원작자'를 가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1주택자 세금 중과'는 예외다.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으로 투자용으로 가지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 깎아줍니까. 동의 되세요?"라고 했다. 이어 2월 말에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며 정책 방향을 더 구체화했다.
'거주용'이 아닌 1주택에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은 뿌리가 깊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7월 "실거주용 1주택은 통상적 수준의 부동산세 부과와 조세 감면으로 일부 불로소득을 허용하되, 그 외 비주거용 주택이나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 등은 불로소득을 대부분 회수해 투자나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적이 있다. 당시 집값 폭등에 고민하던 문재인 정부에 제안한 부동산 해법이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기본소득토지세' 구상과도 연결된다.
오랜 지론을 대통령이 아이디어로 냈으니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국토부는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들이 모두 실거주하면 전세·월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다주택과 임대사업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 주거불안이 심화된다는 주장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인 다주택,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다. 전·월세 매물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고 했던 이 대통령 발언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논리대로라면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금 중과도 주택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집주인이 자기 집으로 복귀하면 세 살던 집 한 채가 비고,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가 살면 계산이 딱 맞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대통령이 비판한 '기적의 논리'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전·월세 난이 깊어지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7억1178만 원으로 전달보다 720만 원 올랐다. 강북의 아파트 평균 월세도 처음 150만 원을 넘어섰다. 신혼부부, 분가한 청년 등 전·월세 수요는 계속 추가되는데, 들어가 살만한 주택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다.
이번에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3억 원 높였지만, 실거주 1주택자의 14억 원과는 차이가 있다.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 중심으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하는 방안도 그대로여서 '거주·비거주 차등과세'라는 세제개편의 원칙이 철회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국정 지지율 추락 속에서 핵심 참모와 내각 구성원을 내보낸 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수정된 개편안을 국회로 넘기면서 이 대통령은 "정부안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에 비교해 정책 디테일에 유난히 강한 이 대통령도 비거주 1주택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이 사안이 '거주·이전의 자유' 논란으로까지 번질 거라곤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회가 전례 없는 비거주 1주택 중과세 세제개편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세심히 살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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