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시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의 자율주행차. /로이터=뉴스1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다음으로 기술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실증을 허가하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자율주행 기업들이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시험운행 단계를 넘어 유상운송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단계로 성장한 데다 자율차의 대량생산으로 제품 가격경쟁력마저 갖췄다.

중국의 선두 업체는 '바이두 아폴로 고'다. 누적 주행거리가 3억5000만km를 넘어섰고 이 중 무인 주행은 2억4000만km에 달한다. 최근 빠르게 세를 키운 '포니.ai'가 국내업체와 손잡고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는다. 합작법인을 세워 10대로 자기인증을 마친 뒤 1년 내 190대를 추가해 200대 규모를 갖추고 2028년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국내 파트너 퓨처링크는 포니.ai의 기술력 외에도 중국산 자율차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기술 수준이 높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제품을 통해 국내 자율차 시장을 키우면 국내 산업에도 이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들여올 7세대 자율주행 키트의 부품 원가는 직전 세대보다 70% 저렴하다.

미국 상무부는 2025년 1월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커넥티드카의 VCS 하드웨어와 VCS·자율주행(ADS) 소프트웨어가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입·판매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확정했다. 소프트웨어는 2027년형, 하드웨어는 2030년형 모델부터 적용된다. 각종 센서를 통해 민감한 정보가 수집될 수 있고 외부 연결 시스템을 통한 악의적 접근으로 데이터 탈취나 자동차 원격 조작 가능성까지 국가안보의 위험 요소로 본 것이다. 중국 자율주행 시범 운행(로보택시 포함) 기업은 운행 데이터를 중국 역내에 저장하고 당국 요구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자율주행 고도화에는 무엇보다 데이터 수집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18일 시행된 개정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라 임시운행허가 사업자가 원본 주행영상을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외 이전까지 허용하지는 않았다. 자율주행차가 수집하는 라이다·카메라의 미가공(raw) 데이터가 해외 서버로 이전될 경우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도 한국법인을 세운 뒤 연구개발 가치가 높은 사고·사건 주행영상을 가명처리해 해외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문의했다고 한다. 자율주행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데이터 수집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모든 데이터의 국내 보관을 의무화하고 백도어를 통한 원격 제어와 데이터 유출을 막을 시스템 도입이 필수로 꼽힌다. 중국 우한에서 로보택시 100여대가 동시에 멈춘 것과 같은 사고에 대비한 비상 대응 매뉴얼과 원격 안전관리 기준도 먼저 구체화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 기조는 일단 시장의 판을 키우는 데 있다. 과거 전기차 시장이 개화할 때 테슬라 등 해외 기업에 안방을 내주는 결과를 나은 보조금 정책이 겹쳐 보인다.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과오를 되풀이할 것인가.

자율주행 시대 환상에 기댄 시장 개방은 기술 종속과 안전 사고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과 지방자치단체를 축으로 싹을 틔운 국내 생태계는 단 한 번의 치명적 사고에도 흔들릴 만큼 취약하다. 기술력을 갖춘 해외 업체의 진입을 맹목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지만 안보와 안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토종 자율주행 생태계를 지켜내고 키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