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초선·부산 북구갑)과 더불어민주당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당초 한 의원에 대한 대응을 자제하던 민주당은 최근 기조를 바꿔 김 후보자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는 '메신저'인 한 의원을 향해 역공을 퍼붓고 있다. 방치할 경우 한 의원의 정치적 체급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견제가 오히려 한 의원의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정권이 김승원·양수진의 오빠 독약 로비를 공익이라고 우기기로 마음을 정했다"며 "오빠 카르텔을 부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발언이다. 한 의원은 전날에도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 후보자와 양씨, 김강립 식약처장 사이에 청탁 문자 주고받기 전 노골적인 불법적 통화들이 있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의혹 제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식약처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그로 인해 식약처의 심사가 공정하게 안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며 "그 사실은 검찰의 불기소장에 명확히 표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수사 결과로 부정한 청탁이라든가 공정한 심사를 왜곡한 바 없다고 인정했고 관련된 공무원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나와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2024년 12월 김 후보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민주당은 한 의원 비판에 반응을 자제하다가 지난 3일부터 서면 브리핑을 내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한 의원이 처음 김 후보자를 비판한 지난달 30일 이후 나흘 만이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초선·서울 서대문구갑)은 6일 "비공개 수사기록을 불법으로 넘겨받아 정쟁과 정치 공작에 악용하고 있다"며 한 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의혹을 사실관계에 기반해 해명하기보다 한 의원을 향한 '메신저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낸 한 의원 관련 서면 브리핑에는 "김건희와의 관계부터 밝혀라" "검증을 빙자한 캐비닛 정치를 중단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후보자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부터 처분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졌다"며 "광범위한 표적 수사를 벌였는데 과연 죄가 있었으면 봐줬을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는 한 의원을 그대로 둘 경우 큰 정치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9%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김민석 민주당 대표(7%)와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다. 조사는 한 의원이 본격적으로 의혹 제기에 나선 시기인 지난 1~3일 이뤄졌다.
한 의원이 김 후보자 의혹 제기를 주도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김 후보자의 낙마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의혹 제기를 주도한 한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높아질 수 있어서다. 다만 민주당의 역공이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메신저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건 정치 평론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민주당의 한 의원 공격이 그렇다"며 "김 후보자의 의혹이 더 나오고 민주당의 견제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한 후보의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2020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1991년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김기설씨 사건에서는 공안당국이 강기훈씨를 유서 대필자로 지목했고 검찰은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강씨는 징역 3년이 확정돼 복역했으나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이 인정돼 2015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시대]에 "한 의원은 야권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 민주당이 견제할 만한 인물"이라며 "민주당은 한 의원의 자료가 검찰발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0.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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