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는 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엄중한 시기에 중수청이 조기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청을 불과 3주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형사와 특수수사 등을 두루 거친 검찰 출신으로 정치색이 옅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수완박'으로 중수청을 출범시켜놓고 검찰 출신을 청장으로 지명한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단 기존 검찰 조직과 수사 실무에 밝은 인물을 기용해 조직 혼란을 줄이고 수사 역량을 조기에 안정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의 발언처럼 중수청을 조기에 안착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0월 2일 출범을 앞뒀지만 인력과 장비, 조직 구성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됐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급한 것은 수사 인력 확보다. 개청 준비단은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상대로 특례 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1761명에 그쳐 비상이다. 전체 정원의 40% 가량을 추가로 선발해야 한다. 전산, 통신 등 수사에 필요한 핵심 장비들도 12월에 납품되거나 완비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수사 공백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수청이 담당할 사건은 연간 2만~3만건에 달할 전망이다. 더구나 문을 여는 순간부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특수 수사를 처리해야 한다. 숙련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건이 쌓이면, 수사 지연이 또 다른 적체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먼저 중수청의 초기 업무 혼선과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기존 검찰이 맡은 사건 가운데 개청 전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공소 시효가 임박했거나, 기존에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 사건 등에 대해 중수청 출범 뒤에도 최장 90일간 검사가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검사가 계속 수사할 사건과 중수청, 경찰에 넘길 사건을 명확히 가르고 이관 절차 등도 촘촘히 점검해 개청 초기 중수청에 사건이 한 번에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동시에 특례 채용 설명회 등 인력 확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충원 속도를 높여야 한다.
확보한 인력을 수사팀으로 제대로 묶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전국 검찰에서 넘어온 대규모 인력을 본청과 6개 지방청에 배치한 뒤, 보직을 정하고 수사팀을 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존 수사 조직을 해체해 새로 구성하는 만큼 초기부터 수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치밀한 조직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와 별개로 개청 준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책을 적극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정상적인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관련 법을 고쳐 개청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까지 '플랜 B'로 검토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수술을 정치가 정한 날짜에 억지로 맞추다가 그 피해를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 말처럼 현 상황을 엄중하다고 인식할수록 말이 아니라 준비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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