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스1


# 2006년 핀란드 남서부의 대도시 탐페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1세 대학생 산나 마린이 사회민주당에 가입했다. 당 청년조직에서 활동하던 마린은 23세 때 탐페레 시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본인이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거리에서 돌렸지만 기성 정치권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후 마린은 학생회 대의원, 사민당 청년조직 부위원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4년 뒤 다시 도전한 선거에서 마린은 탐페레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듬해 시의회 의장으로 뽑혔다. 2015년엔 국회의원이 됐고, 2019년 교통통신부 장관을 거쳐 그해 12월 총리가 됐다. 당시 34세였던 그녀에게 '핀란드 역사상 최연소 총리'란 수식어가 붙었다.



마린은 2023년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진보적 여성 리더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조국의 나토(NATO) 가입도 이뤄냈다. 재임 중 사적인 파티 영상이 유출돼 논란이 됐지만, 청년들은 "근무시간 이후인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그녀에게 지지를 보냈다.

36세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 지명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계층이 청년이다. 2030세대에게 용 후보의 발탁은 '청년 우대'가 아닌 '불공정'이다. 능력에 따른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들의 눈에 용 후보는 벼락출세한 '특혜인'일 뿐이다.

용 후보는 한 번도 하기 어려운 비례대표를 두 번이나 했다. 지역구 선거를 한 번도 안 치르고 재선 의원이 됐다. 2016년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그때도 노동당 비례대표 1번이었다. 그런데도 장관직과 의원직을 겸직하겠다고 한다. 이 역시 이례적이다.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 더불어민주당 몫이라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수정당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애초에 1개뿐인 의원 자리도 자력으로 따낸 게 아니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위성정당)에 참여해 받은 것이다.
산나 마린 전 핀란드 총리/뉴시스 /사진=뉴시스


정말 용 후보 지명이 청년층 민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청와대는 기대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정무감각 부족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용 후보가 이번 개각에서 희생양으로 낙점됐다는 이른바 '물소 떼 작전' 주장을 믿어야 할까.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근대 관료제'의 요건으로 전문 훈련과 기술적 자격에 따른 임용을 꼽았다. 장관 자리를 맡기려면 능력이 검증돼야 한다는 얘기다. 장관에게 필요한 능력이 정치력과 전문성이라면 용 후보는 그 가운데 무엇을 증명했나.

핀란드의 마린이 30대에 총리가 되고, 청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선거 낙선이란 고난의 서사, 지방 정치 경력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바닥부터 밟아 올라가며 능력을 검증받고 경험을 쌓은 청년이 보다 큰 뜻에 도전할 때도 과연 한국 청년들은 '불공정'을 이야기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세 가지 방법으로 ▲로고스(logos·논리) ▲파토스(pathos·감정) ▲에토스(ethos·인격)를 꼽았다. 그는 이 가운데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아무리 논리가 정교하고 감정을 자극해도 말하는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용 후보가 정치의 길을 계속 가겠다면 스스로 '에토스'를 증명해야 한다. 희생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당도 '원내정당'과 '내각참여정당'이란 두 가지를 동시에 누릴 수는 없다. 둘 다 움켜쥐려 한다면 탐욕이고 그 끝은 정치적 몰락이다. 의원직과 장관직 가운데 무엇을 포기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