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작년 한미 무역협상을 통해 약속한 3500억 달러(한화 약 470조 원) 대미투자의 '1호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선정해 국회에 보고했다. 2차 투자 사업으로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2기를 포함해 원전 8기를 미국에 짓는 사업이 유력하다고 한다. 앞서 투자 프로젝트를 결정한 일본 등과 비교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란 말까지 들었던 한국이 대미투자의 속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30조 원을 투자해 6.3GW(기가와트)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한국은 당초 27조 원을 제안했는데 미국 측 증액요구로 사업비가 증가했다. 2호 사업으로는 161조 원을 들여 미국에 총 8기의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가 검토되고 있다. 이 중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 모델로 건설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투자하면서도 사업 확정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미투자의 첫 단추를 꿸 1호 프로젝트를 더 늦기 전에 결정한 건 적절해 보인다. 가스발전·원전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고, 관련한 생산 기반이 취약한 미국에 우리 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 주변에 들어설 예정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들을 통해 안정적 전력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향후 투자의 성패는 미국 정부의 간섭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중장기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느냐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과 맞물려 정교한 사업전략을 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를 제외하고 현재 세계에서 대형 원전 원자로를 제작하고,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 뿐이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첨단 송·배전 설비와 전선, 가스터빈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고 최근 관련 기업들은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단순한 하청업체 역할을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호 투자 프로젝트에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시키는 것은 반드시 관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압박에 떠밀려 서두르다가 당연히 확보해야 할 이익을 양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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