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조종사 서열(시니어리티)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측이 마련한 서열안에 조종사노조가 반발하면서 대한항공은 10년 만의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소비자 불편은 물론 통합 항공사에 대한 신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은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결렬되면서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종사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당시 노조는 2015년도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뒤 2016년 12월 7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번 교섭의 핵심 쟁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시니어리티 문제다. 회사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통합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에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 제도를 준수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사측이 노조와 합의 없이 서열안을 마련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단체협약 제24조는 2003년 내부 총회 과정에서 부결됐고 노조가 2004년 임단협에서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 서열 결정에 대해서는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으로 쟁의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노조는 대한항공 출신 조종사가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무조건 먼저 승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 관련 서열 문제가 임단협 테이블에 오르면서 교섭도 장기화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현재까지 2024·2025년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임금 등 주요 사안에서는 잠정 합의 수준까지 의견을 좁혔지만 시니어리티 문제가 최종 합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 내부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등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통합 과정에서 먼저 불거졌던 승무원 직군 간 갈등도 현재는 해소 국면인 가운데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3개월여를 남겨두고도 조종사 직군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내부 봉합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조종사노조가 통합 후 영향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리티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 고수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조종사는 고임금 특수 직군으로 대한항공에서도 별도 임단협을 진행할 만큼 이해관계가 민감한 조직"이라며 "통합 이후 전체 조종사 규모가 커지면 기존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어 지금부터 자신들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해 쟁의행위가 이뤄지더라도 필수유지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해야 한다. 다만 일부 운항 차질에 따른 소비자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합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와 소비자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서열 운영 시 현재 양사 조종사 간 내부 서열을 유지해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할 예정"이라며 "향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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