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리더케르크에 건설 중인 신축 아파트 옥상에 LG전자의 히트펌프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 사진=이한듬 기자


지난 9월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차로 20분가량 달려 리더케르크에 들어서자 현지 주택공급업체인 운콤파스가 개발 중인 주거단지 공사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02세대 규모의 신축 사회주책 아파트가 들어서는 이 곳은 네덜란드에서도 손꼽히는 지속가능한 주거 모델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건물 외벽과 골조 대부분은 목재를 사용해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였다. 각 세대에는 LG전자의 공기열원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써마브이'와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를 결합한 새로운 냉난방·온수 솔루션이 적용됐다.

LG전자의 '써마브이'는 화석연료가 아닌 외부 공기에서 얻는 열에너지로 냉매의 상태를 변화시켜 실내 냉방·난방과 온수까지 공급하는 제품이다. 고효율 인버터 스크롤 컴프레서가 적용돼 투입 전력의 약 4~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에너지 소비를 약 40~60% 줄일 수 있다. 영하 15도에서도 난방이 가능하고 1m 거리에서 음압 수준이 44dB(A)에 불과할 정도로 소음이 적어 밀집 주거지역에도 적합하다.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는 히트펌프가 만든 난방수를 일정량 저장해 난방 수요가 변할 때 완충 역할을 한다. 거실과 방 3개짜리 집 전체에 난방을 공급하다가 방 1곳에만 난방을 남겨두면 순환하는 물의 양이 급격히 줄어 물 온도가 빠르게 치솟는데, 이 때 버퍼탱크가 과열된 물을 저장해 열을 식혀주거나 저장돼 있던 미지근한 물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히트펌프 시스템은 불필요하게 가동과 정지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부품 마모와 부하를 줄여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현장을 안내한 로빈 클라우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ES사업리더는 "제품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자재 사용과 폐기물 발생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LG전자가 써마브이와 버퍼탱크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공급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럽에서 히트펌프와 버퍼탱크를 통합해 수주한 첫 B2B 사례다.

기존에는 건설사가 각각의 공급업체를 찾아 발주하고 배관과 제어방식 등을 별도로 조율해야 했지만 LG전자는 제품 용량부터 배관·제어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시공과 유지보수 편의성을 높이고 LG전자 입장에선 입장에서는 냉난방과 온수 솔루션을 아우르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솔루션이 네덜란드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의 탈(脫)가스 정책이 있다. 네덜란드는 2019년 2050년까지 가스 사용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약 700만 가구와 100만개 건물이 대상이다. 신규 주택은 원칙적으로 가스 없이 난방하도록 하고, 히트펌프 설치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지속가능에너지 및 에너지 절약 투자보조금(ISDE) 등의 제도도 운영한다.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과제는 설치기사 부족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난제 해결을 위해 10년 넘게 LG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 설치기사들에게 히트펌프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자격 인증까지 무료로 지원한다.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이 교육을 받았다.

LG전자는 유럽 히트펌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프랑스·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에서 10만 가구 이상에 제품을 공급했고, 북마케도니아 1500여 가구 규모 주거단지에도 납품했다. 독일에서는 현지 설치업체와 협업하고, 영국에서는 전력 공급업체 옥토퍼스 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클라우스 ES사업리더는 "유럽 고객의 요구는 냉난방과 온수, 열 저장과 제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양한 탱크 라인업과 히트펌프를 결합한 온수 솔루션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