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국수본) 입구. 국수본에는 안보수사국 산하 방첩경제안보수사계와 기술유출수사계가 설치돼 산업 스파이 정보 수집부터 차단, 수사까지 통합 대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등 외국 정부나 기업을 위해 국내 기업의 반도체·방산 등 핵심 기술을 빼가는 산업 스파이들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지난 13일부터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개정 형법이 시행됐다. 그동안에는 북한을 위해 활동한 간첩만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1953년 이후 73년 만의 법 개정으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나 산업 스파이 행위도 단죄할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형법이 보호 대상을 '군사상 기밀'에서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기밀'로 넓힌 만큼 핵심 기술 유출에도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이 바뀌었어도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산업 스파이를 간첩죄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의 지령·사주'를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산업 스파이의 특성상 지령·사주의 증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 유출에는 주로 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되고 있다.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3년 이상의 징역과 6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 침해에 따른 피해액은 23조 원에 이르지만, 관련 범죄의 유죄 선고 가운데 집행유예 비율이 70∼80%나 되고 평균 선고 형량은 징역 1년 9개월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달 24일 박균택 의원 등 국회의원 37명이 '산업스파이 가중처벌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개정 형법과 더불어 산업 스파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투트랙 법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위반한 개인에게는 최고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과 10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최대 200억 원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규정도 담았다. 개인에게 최고 50만 달러, 법인에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1996년 경제스파이방지법을 떠올리게 한다. 국회는 법안 처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핵심 기술 하나가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시대다. 막대한 이익을 노린 기술 탈취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서는 범죄 유인을 꺾을 수 없다.

국민의 재산과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산업 스파이를 근절하려면 법률과 사법 체계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의 방첩·수사 역량과 정보 분석·평가 능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이 해외 방첩망을 운용하는 국가정보원과 긴밀히 협력해 수사와 정보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마련한 '2005년 국가방첩전략'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 핵심 인프라에 조직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해외 위협을 선별해 방첩 역량을 집중하도록 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조직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