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스 하나가 포장 라인 위에서 멈춰 섰다. 중량검수 장비에 빨간불이 켜지자 작업자가 곧바로 박스를 집어 들었다. 스마트폰을 몰래 올려 중량 차이를 인위적으로 만든 시연이었는데 시스템은 이상을 즉시 감지해 검수 절차를 자동으로 시작했다. 상품 누락과 오투입을 막으면서도 출고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저온 물류의 특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안성시 CJ대한통운 안성B2C저온센터. 출입문을 지나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이곳에서는 냉장·냉동 상품이 주문 접수부터 피킹, 포장, 출고까지 한 공간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축구장 3개 규모인 1만8971㎡ 면적의 안성센터는 현재 112개 고객사, 2040개 품목을 운영한다. 냉동구역은 영하 18도, 냉장구역은 영상 5∼6도를 유지하며 하루 최대 2만5000건을 출고한다.
안성센터의 의미는 규모에만 있지 않다. CJ대한통운이 이커머스 물류 경쟁의 새 격전지로 떠오른 저온 풀필먼트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상징성이 크다. 7월말 기준 전국 235개 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하며 B2B·B2C 고객사는 2200여곳에 이른다.
저온 물류는 단순히 차갑게 보관하는 사업이 아니다. 피킹·포장 과정에서 외부 온도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고, 상품별로 냉매와 포장재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 서로 다른 상품을 한 주문으로 묶는 이종합포까지 처리해야 해 상온 물류보다 운영 난도가 훨씬 높다. 표수현 안성B2C저온센터장은 "이종합포율이 80%가 넘는다"며 "포장 과정까지 온도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주문별 조건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센터는 주문 특성에 따라 피킹 방식을 달리 운영한다. 이종합포는 디지털피킹카트(DPC)를 활용한다. 작업자가 카트를 끌고 이동하며 바코드를 스캔하면 태블릿에 위치와 수량이 표시되고, 다시 스캔해 완료 여부를 확인한다. 동일 상품 반복 출고 비중이 높은 주문은 디지털피킹시스템(DPS)을 적용해 상품이 작업자 앞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동선을 줄여 생산성을 높인다.
포장 단계에서는 중량검수가 마지막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상품 누락이나 오투입 여부를 무게 차이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패키징 시스템 '로이스오팩'(LoIS O'Pack)은 상품 크기와 주문 수량을 분석해 적정 박스 크기와 적재 방향을 건당 0.04초 만에 산출한다. 현재 15개 물류센터에 적용돼 포장 공간 비율을 평균 36% 줄였다.
냉장·냉동 상품을 둘러싼 이커머스 물류 경쟁이 진화하고 있다. 경쟁의 초점이 배송 속도에서 상품 특성에 맞는 정교한 운영 역량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쿠팡·컬리가 자체 커머스와 배송망을 결합했다면 CJ대한통운은 3자물류(3PL) 사업자로 저온 풀필먼트를 확대하며 전국 택배망까지 연계해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배송을 하나의 물류망으로 연결하는 것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21년 용인 콜드체인 풀필먼트센터 가동을 시작으로 저온 물류 거점을 전국 67개까지 확대해 왔다. 안성센터는 그 확장 전략의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다. 윤철주 FT본부장은 "풀필먼트 경쟁력은 상품 특성에 맞는 물류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저온 거점을 영남·호남·동부권으로 확대하고, 상온·저온 복합센터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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