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원가를 다 공개하라는 건가요? 세상에 그런 장사가 어디 있습니까?" 한국피자헛이 지난 1월 대법원에서 패소한 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나온 하소연이다. 피자헛은 2016년부터 7년간 가맹점주들에게 로열티를 받으면서 원부재료 공급가에 마진을 얹어 따로 챙겼다. 계약서에 없는 돈이었다. 대법원은 이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점주들에게 돌려주라고 확정했다. 이후 반환소송은 20여개 브랜드로 번졌다.
판결 직후 업계에서는 원가를 공개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마진을 계약서에 명시하라는 요구가 결국 원가 공개로 이어진다는 우려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에 공식 자료를 통해 "그럴 필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점주가 부담할 돈과 필수품목의 거래조건은 알려야 하나 본사의 실제 매입가격과 품목별 마진은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본사는 가맹점주가 어떤 물건과 서비스에 돈을 내야 하는지 가맹 계약 때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에 사서 얼마를 남기는지는 영업비밀이다. 이 둘을 섞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피자헛은 왜 졌을까. 대법원은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본사와 점주 사이에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액수가 아니라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돈을 받은 게 문제였다.
차액가맹금. 이름부터 잘못됐다. '차액'이라고 하니 원가에 웃돈을 얹어 떼어가는 돈처럼 들린다. 정작 법적으로 중요한 단어는 '가맹금'이다. 가맹사업법이 인정하는 돈의 한 종류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이름부터 바꿨으면 싶다. 무엇으로 부를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선입견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은 아니어야 한다.
이 어색한 단어의 기원은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가맹본부가 받을 돈을 가맹비와 로열티로 계약서에 적어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 시작부터 사정이 좀 달랐다. 동네 식당과 치킨집 같은 자영업이 가맹사업으로 몸집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
가맹점을 하나 여는 데 본사가 받아야 할 대가가 5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처음부터 이 돈을 전부 요구하면 가게 문을 열 사람이 줄어든다. 그래서 본사는 계약할 때 1억원을 받고 나머지 4억원은 계약기간 공급하는 식자재와 물품 가격에 나눠 붙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일종의 한국식 '할부'였다. 대신 로열티는 받지 않기로 했다. 점주는 목돈 부담을 덜고 본사는 빠르게 가맹점을 늘릴 수 있었다. 그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았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셈법이 더 복잡하다. 국내 운영사가 해외 본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하고 재료 수급과 물류 경로는 브랜드마다 다르다. 하나의 틀로 묶기 어렵다. 양자가 계약 당시에 가맹금 구조 일체를 합의했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투명한 마진이란 본사가 "점주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마진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알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마진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랜차이즈 소송은 이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판결의 법리는 일반화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는 일반화할 수 없다. 피자헛이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받았다고 다른 본사들도 그랬다고 볼 수는 없다.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투명성을 요구할 때는 선이 있다. 본사의 매입원가와 품목별 이윤까지 알아야 계약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정위가 이미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정한 것까지 요구할 이유는 없다. 투명성의 목적은 기업의 영업 비밀을 파헤치는 데 있지 않다. 정당한 이익과 부당한 수취를 가려내는 데 있다. 본사가 잘못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과 가맹점이 차액가맹금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다. 피자헛이 졌다고 기업의 마진까지 유죄가 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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