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발달장애인 돌봄 강화 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가족에게 맡겨져 있던 발달장애인의 돌봄 지원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기부터 성인까지 '생애 주기'에 맞춰 발달장애인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 책임제'를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7개 부처와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증 자폐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르며 27년간 돌봤던 전경철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이 주목받았다. 전씨가 마지막까지 걱정한 것은 홀로 남을 아들의 보살핌 문제였다.

지적, 자폐성 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은 인지와 의사소통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은 현재 26%에 그쳐 전체 장애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 필요한 돌봄의 상당 부분을 가족이 맡아왔지만 부담이 크고, 돌봄 공백도 발생해 가족에게만 맡겨두기 어려웠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70%가 성인이다. 복지부가 이번 대책에서 먼저 성인의 낮시간 돌봄을 지원하는 대상을 1만5천명에서 2030년까지 두배로 크게 늘리기로 한 것도 이를 감안했다. 특히 발달장애인이 늘면서 30년에는 34만명이 될 전망이다. 더 늦기 전에 가족 중심의 돌봄을 '사회적 돌봄'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지원 체계를 확대하고 예산도 늘릴 이유가 충분하다. 생애 주기에 맞춘 이번 대책에는 아동의 경우 양육 지원이 가능한 시간을 늘리고, 전문 어린이집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의 보호와 돌봄을 넘어 자립을 모색하겠다는 방안이 담긴 것은 의미가 있다. 부모가 노쇠해 돌보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현재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일자리 등을 연계할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대책을 발표하면서 "발달장애인도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보통의 일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가족이 감당한 돌봄의 무게를 국가와 지역사회가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보통 일상'을 도와주는 것은, 가족 개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누리도록 돕는 일이기도 하다. 전경철 작가는 간암 말기 진단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에도 아들의 앞날을 걱정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이 머물 곳을 찾아 전국의 시설 1000여곳의 문을 두드렸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정 장관은 "예산이 있어도 기관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지원 대상과 예산만 늘린다고 돌봄 서비스가 저절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발달장애인 돌봄은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한 고강도 업무다. 종사자 처우에 대한 지속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전 작가의 얘기가 더 이상 안타까운 사연으로만 남게 해선 안 된다. 어려서도,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의 돌봄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에도, 발달장애 자녀가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바로 국가 책임제가 만들어야 할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