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역량이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계의 새로운 인재 선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 AX(AI 전환)가 본격화하면서 생산·설계·기획 등 현업 전반에서 AI 활용이 필수가 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AI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신입·기존 직원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오는 15일부터 올해 하반기 집중 채용을 시작한다. 신입 지원서는 15일부터 29일까지, 경력은 23일부터 10월 7일까지 받는다. 이번 채용에는 업계 최초로 'AI 문제해결력' 검증 단계가 적용된다. AI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넘어 AI를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인간·AI 협업형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다.
HD현대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생성형 AI로 과제를 해결하는 'AI 활용 역량검사'를 처음 도입했다.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재구성하는 역량까지 평가한다. 자기소개서에도 일상에서 AI를 활용한 경험과 이를 직무에 어떻게 접목할지 작성하도록 했다.
포스코그룹 역시 철강과 AI를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를 찾고 있다. 현장 자동화와 업무 혁신을 이끌기 위한 'AI 엔지니어' 직무를 신설하고, 제조·사무 AX를 담당할 전문인력도 선발할 계획이다. 두산그룹도 물리적 장비에 AI를 결합하는 '피지컬 AI'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조 AX는 고령화와 인력난을 겪는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해법으로 꼽힌다. 생산·설계·품질 등 공정 전반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탓에 AI 기술력만으로 현장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AI를 업무에 접목해야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직원들이 AI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 시스템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특정 개발 직군을 넘어 임직원 누구나 일상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는 지난 7월 기준 이용자가 3만명을 넘어 현대자동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가 쓰고 있다.
생산기술직군 대상 AI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는 2년제 전문학사 과정인 '포스코기술대학'을 '포스코철강AI융합대학'으로 개편하고 AI 관련 교과목을 전체 31개 중 14개(45%)로 늘렸다. 모집 대상은 근속 5년 이상 생산기술직군 직원이며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은 14일 시작됐다. 실제 공정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실습형 교육도 강화해 사내 전문가의 1대1 코칭을 지원한다.
AI 전문인력은 새로 확보하고 기존 직원은 재교육하는 '투트랙' 인재 전략이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개발 인력을 늘리더라도 이들과 원활하게 협업하려면 일반직군도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전 직원 대상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AI 응용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현장 근로자들이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조업 숙련 인력 상당수가 고령층인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교육과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제조 AI가 성공하기 위해선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밸류체인이 AI로 돌아가야 한다"며 "향후에는 협력사와 영세 하청기업까지 AI 도입과 관련 교육이 확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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