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근 '여의도경찰청'으로 불린다. 지명 20일 만에 낙마한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코로나19 치료제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 등 국민의 관심을 받는 사건을 줄줄이 배당받으면서다. 다만, 김 전 후보자의 성추행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된 만큼 서울경찰청이 다시 사건을 가져오거나 다음 달 새로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등으로 이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이 김 전 후보자를 고발한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 사건의 고발인 조사를 최근 마치고 재수사에 들어갈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2024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계획 청탁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후보자의 알선뇌물약속 혐의를 수사했으나 그해 12월 기소유예 처분하고 브로커로 지목된 양모씨만 기소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김 전 후보자 지명 이후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시민단체가 그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영등포서로 사건이 배당됐다.

김 전 후보자 관련 검찰 수사 정보 유출 의혹 고발 사건도 영등포서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024년 8월 서부지검이 김 전 후보자를 징역 8개월 구형으로 기소하려 했다는 기소 계획서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한 의원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고, 영등포서로 사건이 내려왔다.

여의도를 관할하는 영등포경찰서가 정치권발 고소·고발 사건을 전담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장관 지명 후 불거진 김포공항 귀빈실 가족 이용, 당직자인 배우자 급여 관련 의혹을 시민단체가 고발해 영등포서에서 수사 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재조명 국회 토론회를 열어 논란이 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을 강하게 비판한 김민석 민주당 대표, 박지원 의원을 각각 모욕,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영등포서에 고발한 상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과 관련해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찰 내에선 정치 공방이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하면서 고스란히 수사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 사건의 경우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모두 현직 정치인인 경우가 많아 조사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며 "편향되지 않기 위해 법리를 꼼꼼히 따져 수사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동훈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은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1년간 수사한 끝에 불송치됐다. 관련 조사는 일찍이 다 마쳤지만,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김 전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 탄원서까지 나오는 등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서울경찰청이 사건을 다시 넘겨받거나, 오는 10월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예로 국회의원 64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경우 2019년 영등포서가 수사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출석에 불응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자 검경 협의로 서울남부지검이 사건을 넘겨받아 검찰에서 수사를 마무리, 2020년 1월 기소했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후보자 관련 사건에 대해 "일선 경찰서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사건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으면 이관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