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에서 수만가구가 짧은 시간 내에 입주하는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부족 문제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학교부지 확보를 위한 재정 분담을 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교육부는 학교 설립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중앙투자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정부가 주택공급을 빠르게 추진하는 바람에 학교 설립에 필요한 시간과는 괴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3064가구)를 비롯해 재건축이 활발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신축 아파트에 초등 학급 과밀과 통학 안전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디에이치방배의 경우 방배초등학교와 이수초등학교에 나눠 배정되는데 방배초는 현재 학급당 학생 수가 최대 26.8명(5학년)으로 서울 평균(20.9명)의 1.2배를 넘는다. 이수초에 배정되는 학생은 도보 30분 안팎 거리를 등교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둔촌주공 재건축(현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세곡동 세곡중학교 등에서 심각하게 발생했다. 강동구에선 초등학생 저학년이 편도 50분 거리의 학교로 등교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윤유진 의원(송파1·국민의힘)은 지난 1일 주요업무보고에서 "잠실4동과 6동을 합해 중학교는 잠실중 하나"라며 "부지와 예산 부족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교육청의 해법은 분산배치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입주가 끝난 후에 움직이면 늦는다" 며 "재건축에 따른 학생 수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고 교실 증축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잠실중의 학급당 인원은 2025년 32.3명까지 올랐고 올해는 30.3명이다. 교육청이 정한 과밀학급 기준은 28.0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7월 잠실 장미1·2·3차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이 고시되며 3522가구가 5105가구로 늘어난다. 인근 주공5단지 재건축도 진행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예산 부족에도 학교 신설 논의
재건축 아파트의 학교 부족 사태는 원도심의 학생 수 부족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청의 예산 부족 문제로 일부 지역에선 폐교 위기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잠실고는 2010년대 초 학년당 16학급에서 지난해 7학급으로 규모가 줄었다. 학급 수를 늘리기 위해 남녀공학 전환을 신청해 올해 3월 전환이 완료됐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소규모 학교 설립 대책을 마련해 왔다. '도시형캠퍼스법(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부터 시행돼 학교 설립의 최대 규제였던 중앙투자심사 기준을 낮췄다. 총사업비 300억원 미만의 소규모 학교 등에 대해 중앙투자심사를 면제하거나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도시형캠퍼스는 공립학교의 분교 형태다.
도시형캠퍼스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경우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현실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자녀가 2년 후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인데, 분교의 경우 체육시설과 급식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 단체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도시락 배달 등을 할 것으로 보여 양육 환경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도시형캠퍼스의 개교나 신설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여러 건이 추진되고 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도 학급 증축과 모듈러(조립식)교실 등으로 과밀을 해소하려는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도시형캠퍼스의 경우 완공 사례는 없지만 추진 중인 곳이 많아 곧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배 사례와 같이 3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건설되는 경우 교육청과 협의해 특별히 더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교육청과 지방정부, 조합 간의 협의를 통해 학교 용지를 확보하고 정확한 학령인구 예측을 바탕으로 학교 설립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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