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확대한 지 한 달여 만에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제외 가계대출 증가액이 합산 관리 목표를 넘어섰다. 가을 이사철의 계절적 주택담보대출 수요까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추가로 공급할 여력도 빠듯해졌다.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 한도를 월별로 나누거나 청년층에 별도 물량을 배정하며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2조2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7조2917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지난달 말 재설정한 5대 은행의 연간 증가 목표인 약 7조1100억원을 1817억원 웃도는 규모다. 5대 은행 전체로 보면 늘어난 한도까지 넘어선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3일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전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 주거 안정, 실수요자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 추가 대출 여력을 마련한 것이다.

늘어난 한도가 모든 가계대출에 일률적으로 배정된 것은 아니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회사의 관리 목표와 분리해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유보분에서 공급한다. 반면 일반 주택구입용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별 관리 목표에 포함된다.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는 자금은 우선 공급하되 나머지 가계대출은 금융회사별 목표 안에서 관리하는 구조다.



문제는 일반 가계대출을 추가로 공급할 여력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계절적으로 주담대 수요가 많은 시기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담대 증가액은 월평균 1조9000억원이지만 9월에는 평균 2조9000억원, 10월에는 2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9월 증가액은 월평균보다 약 53% 많다.

지난달에도 주담대 증가폭은 확대됐다. 8월 전 금융권 주담대는 4조3000억원 늘어 7월 증가액인 3조6000억원을 웃돌았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도 같은 기간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커졌다. 은행 자체 집단대출 증가액은 9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당국은 8월 주담대 증가에 앞선 주택거래와 7~8월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잔금대출 실행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의 계절적 자금 수요와 집단대출 별도 관리가 맞물리면서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 창구를 전면적으로 열기보다 채널과 차주별로 공급 물량을 나누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접수를 재개했지만 한 달치로 배정한 한도가 이튿날 소진되자 접수를 다시 중단했다. 이후 만 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모집인 채널 주담대 특별한도 500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이 가운데 2500억원은 지난 18일부터 공급하고 나머지 2500억원은 다음 달 2일부터 배정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지만 대출 실행 시점을 11월로 한정했다.

금융당국도 지난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주택공급과 청년 주거 안정 등 정책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차질 없이 공급하되 금융회사별 총량 관리 목표를 지켜달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가을 이사철과 집단대출 별도 관리의 영향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출 흐름을 면밀하게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추가 여력의 상당 부분은 집단대출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배정돼 대출을 무조건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가을철 대출 수요까지 고려하면 채널과 차주별로 공급 시기를 나눠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