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현장. /사진=양진원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이용자를 찾아 해외 게임쇼로 향하고 있다. 독일 게임스컴과 일본 도쿄게임쇼가 흥행 기록을 세우는 사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는 주요 게임사의 저조한 참여로 위기론에 휩싸였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과 웹툰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 2026에는 일본 540개사와 해외 598개사 등 53개 국가·지역에서 총 1138개 기업·단체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참가사 기록을 다시 썼다. 전시 부스도 3999개에 달했다. 올해는 행사 3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닷새간 열릴 예정이었다. 태풍 접근으로 마지막 날 현장 행사가 취소됐지만 나흘 동안 25만7642명이 방문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도쿄게임쇼에 집결했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 등이 동시에 참가해 신작을 선보였다. 넥슨은 파레이돌리아와 마비노기 모바일, 넷마블은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과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등을 출품했다. 엔씨도 서브컬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공개하며 일본 이용자 공략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도 사상 최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66개국 1743개 기업이 참가해 전시 공간이 행사 역사상 처음으로 모두 팔렸다. 전 세계 131개국에서 36만8000명이 현장을 찾았고 해외 참가 기업 비중은 역대 최고인 72%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36개 기업이 참가했다.

오는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6'은 주요 게임사의 참여가 줄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다. 크래프톤이 10년 연속 참가를 확정하고 웹젠도 소비자 대상 전시관을 꾸리지만 넥슨과 넷마블, 엔씨 등 다수 대형사는 참가하지 않는다.



국내 게임사들이 지스타보다 해외 전시회를 우선하는 것은 시장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국내 게임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콘솔과 PC 중심 신작을 세계 시장에 동시에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서 신작을 공개하는 것이 브랜드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지스타는 올해 게임 중심 전시에서 종합 콘텐츠 축제로 전환한다. AI 캐릭터 채팅 플랫폼 크랙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게임사가 아닌 기업이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는 것은 2005년 행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조직위원회는 게임과 AI 내러티브를 연결하고 웹툰과 인디게임, 자동차 등으로 관람객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중국 게임사 참여도 확대됐다. 호요버스와 넷이즈게임즈, 빌리빌리게임, 센추리게임즈 등이 소비자 대상 전시관을 꾸린다. 국내 대형 게임사의 빈자리를 중국 게임사와 비게임 기업이 채우면서 콘텐츠 다양성은 커졌지만 한국 게임산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 행사라는 지스타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스타가 위기론을 벗어나려면 참가사와 부스 수 확대를 넘어 해외 게임쇼와 구별되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작을 처음 공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중소·인디 게임사가 해외 퍼블리셔와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기업 간 거래 기능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긴 대기시간과 일부 대형 부스에 관람객이 쏠리는 문제를 개선해 실질적인 게임 체험 기회를 늘리는 것도 과제다.

올해 지스타는 오는 11월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간 열린다. '내러티브'를 메인 테마로 장항준·이병헌 감독,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와 미카미 신지 등이 참여하는 콘퍼런스 'G-CON 2026'이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100% 사전 예매제를 강화하고 대형 참가사와 참관 구역을 균형 있게 배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