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경쟁 우위를 가를 핵심 변수로 인프라가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AI 데이터센터 등 관련 시설을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확충에 제약이 많은 데다 실제 AI 서비스를 구현할 클라우드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풀스택 AI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력과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단 평가다.
AI 인프라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로 꼽힌다. AI 연산 핵심축인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일반적으로 10~25MW 수준, 하이퍼스케일 규모에서는 100MW의 전력 용량이 요구된다.
주요 국가에서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가스발전 확충은 물론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기로 했고 트럼프 1기·바이든·트럼프 2기 정부에 걸쳐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진흥 정책도 꾸준히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다. 동부지역 데이터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부 지역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해결할 과제도 산적하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도를 전력 인프라가 제때 따라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르면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예정이지만,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 속도를 뒤늦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2040년 데이터센터 추가 최대전력수요 전망은 수개월 만에 4GW에서 11.9GW로 약 3배 뛰었다. 수요 전망이 달라질 경우 발전설비와 송전망 구축 계획 역시 조정해야 하는 만큼 전기본 수립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시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간 수급 불균형도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전력 자급률이 60% 중반인 데 반해 호남권은 130% 수준을 웃돈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송전망을 확충해야 하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중 522건(71%)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279건은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수도권 전력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에너지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완공 목표로 새만금과 서화성을 잇는 서해안 해저 송전망 1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며 국가기관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사업 입지 선정 및 인허가 기간 단축 기반도 마련했다.
여기에 지역별 조정요금 도입도 추진한다. 비수도권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 전력 생산지 중심의 소비를 유도하고 수도권 송전망 부담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345kV 계통 여유 변전소 정보를 선제 공개해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한편, 비수도권 사업장에 대한 전력계통 영향평가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김종화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전력망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민관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현재 추진 중인 방안들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전력이 데이터센터의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서비스 영역인 클라우드 없이는 AI 풀스택 생태계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클라우드 경쟁력은 여전히 해외 빅테크 기업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CSP) 마켓셰어' 보고서를 보면 AWS는 2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은 두드러진다. SK그룹이 울산에서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역시 AWS와 공동 구축하는 사업이다.
정동균 GS E&C AI CoE 팀장은 "AI 데이터센터 핵심 수익은 운영 모델에서 나온다"며 "시설을 지어놓고 해외 빅테크에 서비스 운영권을 넘기면 한국 기업들은 건물만 짓는 건설사 역할에만 머물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데이터·AI 산업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클라우드는 사용량에 비례해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이라며 "의료·제조·국방·금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클라우드 전환이 손쉽게 이뤄지도록 판을 만들고 해당 수요가 국내 사업자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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