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책임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상반된 결론을 내놨다. 검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은 일선 경찰서 수사라인을 은폐·축소 수사 몸통으로 지목한 것이다. 검경은 7월 경쟁하듯 국수본을 압수수색했는데, 같은 자료를 본 경찰이 이미 재판에 넘겨진 국수본 지휘부의 혐의를 정면 부정해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경찰청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지난 21일 광주광산경찰서 전 서장과 전 형사과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송치했다. 광산경찰서는 장윤기를 5월5일 여고생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해 같은 달 14일 일반살인죄로 구속 송치했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3일 외국인 여성을 스토킹·강간했으나, 경찰은 112 신고 접수 후 현장 종결했다. 이에 문책을 걱정한 광산서장 등 수사라인이 조사 범위를 제한하거나 수사보고서 내용을 고쳐 장윤기의 범행에 성적 동기와 관련한 정황을 은폐했다는 게 특수단의 판단이다.
경찰 특수단은 장윤기 사건에 대한 국수본의 수사 지휘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광산서는 수사 과정에서 광주경찰청을 통해 5월8일과 11일 장윤기의 살인 사건과 외국인 여성 강간·스토킹 사건을 병합할 것을 두 차례 건의했지만, 국수본은 두 사건을 합치지 말고 분리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특수단은 국수본 1차 지휘는 죄의 종류에 따라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전담 부서에서 수사하게 하고, 외국인 여성의 2차 피해를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2차 지휘 때도 장윤기 구속 기한이 임박해 사건을 먼저 송치하고 성범죄는 더 수사해야 해 분리 송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봤다. 특수단은 "수사 지휘는 성적 목적의 축소·은폐가 아닌,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은 2일 박성주 전 국수본부장(60)을 비롯한 국수본 수사라인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국수본 수사라인은 5월7일 살인에 앞서 일어난 외국인 여성 강간·스토킹 사건 초동 대응 미흡을 지적하는 대화를 나눴다. '경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었음을 국수본이 인식했다고 본 것이다. 이후 병합 수사 건의가 올라온 8일 박 전 본부장은 "강간 부분은 일부러 숨기는 건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건 아니지 않느냐", "강간사건은 조용히, 오픈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광산서 수사팀의 병합 수사·송치 건의를 국수본 지휘라인이 조직적 권한 남용으로 묵살했다"고 적시했다.
경찰 특수단은 "우리는 국수본 수사 지휘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활동을 마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수본 산하인 경찰 특수단이 국수본 수사 지휘의 정당성을 부여한 '셀프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수본 수사 지휘 문제를 앞으로 어디서 검증할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음달 2일 형사사범체계 개편이 이뤄지면 수사권이 경찰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비위 전담 조직인 '중요직무범죄수사대'를 운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국수본 내에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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