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계획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포함해 발표했다. 그러나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담긴 합의는 투자 확정이 아닌 조건부 검토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 충족 여부를 따져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는 이날 2000억달러(약 271조원) 규모 대미 전략투자와 관련한 3개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에 짓는 223억달러(약 30조원)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다. 설비용량은 6472MW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원전 협력의 틀도 정했다. 양국은 전략투자금 1200억달러(약 163조원)를 활용해 한국형 APR1400 2기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를 짓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연말까지 장주기 기자재 확보를 위한 선급금 100억달러(약 14조원) 지급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개별 프로젝트는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이 확정된 뒤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내 절차 등을 거쳐 최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알래스카 LNG는 아직 검토 단계다. 팩트시트에는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됐다. 알래스카 투자액은 담기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대형 원자력 발전소 8기와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투자액을 500억달러(약 68조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알래스카 LNG에 약 540억달러(약 73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를 추진할 경우 한국 기업의 참여와 LNG 도입 조건도 함께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한국 기자재·공급업체의 우호적인 참여를 지원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경제성 있는 가격의 LNG 구매계약 체결을 보장하며 한국에 우선적 접근권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회에 대미 전략투자 추진계획을 보고할 때도 텍사스 발전소를 첫 사업으로 제시하고 원전과 알래스카 LNG는 후속 협의 대상으로 분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알래스카 LNG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추진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왔다.
변수는 사업성이다. 개발사 글렌파른은 지난 6월 전체 건설비를 445억~545억달러(약 60조~74조원)로 추산했다. 자금 조달에 필요한 LNG 구매 약정은 연 1600만t 수준이지만 현재 확보한 물량은 약 1300만t에 그친다.
국내 기업에 돌아올 일감도 관건이다. 1단계 주 가스관에 필요한 강관 약 70만t 가운데 약 3분의 2는 그리스 코린트파이프웍스와 독일 유로파이프가 예비계약을 맺었다.
정부는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연간 투자액을 200억달러(약 27조원), 총 투자액을 2000억달러 이내로 제한한다.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의 원리금을 회수할 때까지 개별 사업의 한미 수익 배분을 5대5로 유지하는 '리스크 풀링'도 적용한다. 사업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과 수익 배분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등 주요 자료에 대한 정보권과 중요사항 동의권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대]와 통화에서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공화당이 여러 가지로 코너에 몰려 있다"며 "정치적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제스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미가 이 문제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텐데 일종의 지향점을 미리 제시해 버린 것"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우리로서는 경제적 타당성과 상업적 합리성 테스트를 통해 얼마든지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것만 미국으로부터 정확하게 확약을 받으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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