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 보라"고 지시했다. 글로벌 자유무역 퇴조,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대응해 CPTPP 가입에 속도를 내던 정부의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농지 전수조사'로 농촌의 민심이 악화하면서 정부의 무역정책 기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국제 통상질서의 격변기에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의견과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속도 조절을 지시했다.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영국 등 12개국이 회원인 CPTPP는 미중 관세전쟁, 글로벌 공급망 단절에 대응할 주요한 통로로 떠오른 대표적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CPTPP 가입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FTA는 불가피하다"는 적극적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다. CPTPP에 가입하면 가입하지 않은 경우보다 제조업 생산이 15년간 연평균 6조 원 넘게 증가하지만, 농림수산업 생산은 8500억 원 가량 감소할 거란 전망에 대해선 농어촌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도 했다.
불과 1주일 만에 발언 내용이 달라진 이유를 달리 찾기 어렵다. 결국 충분한 홍보 없이 추진된 농지법 개정, 농지 전수조사로 인한 농촌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관행적 농지법 위반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농지 거래가 끊기는 등 각종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CPTPP 가입은 농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함부로 멈춰세울만한 사안이 아니다. 한국과 CPTPP 회원국의 교역액은 우리 전체 교역의 25%로 1,2위 교역 상대인 중국, 미국보다 크다. CPTPP 회원국이지만 한국과 FTA를 맺지 않은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장벽을 넘을 중요한 통로로 꼽힌다. 더욱이 개방 수준이 높은 CPTPP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기능을 잃은 공백을 메울 대표적인 '메가 FTA'다. 먼 대서양 국가 영국이 2024년 말 가입하고, 논의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가입 신청서를 낸 이유다.
농축수산물 생산 감소의 우려가 있다고 해도 글로벌 'K푸드' 열풍을 활용한다면 CPTPP 가입은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많은 우려를 무릅쓰고 추진한 한미, 한중 FTA가 지금은 농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해가 발생하는 분야에 대해선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 갈등을 조정하면 된다. CPTPP 가입추진 원점 재검토가 정말 농촌의 여론 악화 때문이라면 우려스런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큰 틀에서 '통상 국가 한국'의 앞날을 고려한다면 당장 눈앞의 득실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심모원려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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