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4월 청와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인사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함께했던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사장 선임 과정에서 하 사장이 서류와 면접 평가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고도 최종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기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전무한 인사가 이른바 '성남 라인'이라는 인연을 발판 삼아 낙점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 사장은 사장 공모 당시 서류심사를 통과한 8명 중 8등을 했다. 5명이 참여한 면접시험에서도 5등에 그쳤다. 상식적으로 탈락했어야 했지만 하 사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로 올린 5명에 포함됐고, 장관 제청을 거쳐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연봉은 성과급 등을 포함해 약 2억 4300만 원에 달한다.



하 사장의 이력은 성남환경운동연합 창립대표, 판교환경생태학습원장, 사단법인 환경교육센터 이사장 등 주로 시민·환경단체 활동에 치우쳐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특히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는 결혼식 주례를 서줄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역난방 등 국가 에너지 산업과 직접 관련된 경력은 전무하다. 심사 위원 중 '해당 분야 지식과 경험' 항목에서 A등급을 준 위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임명된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역시 서류와 면접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한 후보자를 제치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남 원장 또한 성남시민모임의 초대 사무국장 출신으로 '성남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는 김 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경기·성남 라인'이 정부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확산시킬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의 유일한 인사 기준은 능력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모두 정치권 인사가 낙점됐다. 일일히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치권에선 "모든 길은 '성남 라인'으로 통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화예술 분야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 지지를 밝혀온 코미디어 출신과 '맛 칼럼니스트'가 주요 기관장을 맡았다. 이런 인사는 공연예술계 인사들의 집단 반발을 불렀다.



역대 정권의 보은 인사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서류 면접 모두 최하위 점수를 받은 인사를 임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 뿐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 인사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청와대와 정치권 동향이고, 그만큼 경영 개선이나 대국민서비스 향상은 뒷전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천명했던 약속대로, 이제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