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 해킹이나 전산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증권 계좌는 괜찮을지 걱정돼요." 기자가 만난 한 투자자는 최근 은행권 해킹을 두고 이같이 우려했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 도구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 AI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IT 시스템 관련 사고라고 하면 은행보다 증권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준태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 8월까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개사에서 발생한 전산 사고는 113건에 달했다. MTS(모바일거래시스템) 계좌잔고 조회 서비스 장애, 프로그램 오류 등의 사고들이다.
물론 이들 전산사고가 모두 해킹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 계좌와 주문은 안전한가'가 제일 중요하다. 증권사는 타 금융업권보다 전산사고에 따른 투자자 체감 피해가 즉각적일 수 있다.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는 개인정보뿐 아니라 실제 투자금과 주식이 있고 매 순간 매수·매도 주문이 오간다. 단 몇분 사이에도 누군가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최근 은행권 해킹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더욱 불안하게 다가온다. 고객의 돈과 정보를 다루는 금융회사에서 사고가 반복되면 보안 시스템이 충분히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사고 후 원인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한번 흔들린 신뢰를 되돌리기 어렵다.
최근 증권사들은 AI를 활용한 투자정보와 상담 서비스, MTS 고도화 등 디지털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자는 갈수록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편리함은 안전을 전제할 때 의미가 있다. 은행 사고를 남의 일로 넘기지 않고 외부와 맞닿은 시스템부터 점검하며 보안 인력과 예산을 늘려 가기를 기대한다. 걱정 없이 앱을 켜는 투자자가 늘수록 증권사의 경쟁력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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