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을 둘러싸고 방산 독과점 우려와 사업 시너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KAI 노조는 독립 경영 훼손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반면 한화는 글로벌 방산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향후 인수 논의의 향방을 가를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도 관심이 모인다.
KAI 노조는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 조합원 상경 투쟁에 돌입했다. 경남 사천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3800여명이 세 차례에 걸쳐 상경해 KAI의 독립 경영 보장과 항공우주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공정위·수출입은행·방위사업청·한화 관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요구도 함께 내걸었다.
이날 노조는 "수출입은행은 매각 계획이 없다면서 18억원 규모의 우주항공 경쟁력 강화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정위 역시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경쟁 제한성을 따지지 않은 채 한화의 주식 취득을 졸속으로 간이 심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화 측 인사가 KAI 이사회에 단 한 명이라도 참여해 주요 경영 현안을 보고 사업 전략과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면 이를 경영 참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한번 넘어간 정보는 되돌릴 수 없고 의사결정 역시 되돌리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지난 8월 한화그룹은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보하며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계열사별 보유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한화가 KAI 지분 15% 이상을 확보했지만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주식 취득을 일반심사 없이 승인했다.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정부 측 지분율이 35%를 넘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한화는 KAI와의 사업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항공전자·레이더·우주발사체 기술과 KAI의 완제기 개발·제작 역량을 결합하면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화의 해외 네트워크와 통합 수출 패키지를 활용하면 KAI의 수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는 기업 간 대형화·통합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화는 글로벌 대형 방산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국내 기업 간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독과점 우려와 달리 협력 업체와의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스타트업 육성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협력 업체 기술 지원 및 해외 동반 진출 등을 기대 효과로 꼽는다.
한화의 지분 확대가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는 정부의 KAI 민영화 방침에 달려 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화의 KAI 인수 가능성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 청장은 "장단점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느 방향을 정해 놓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 반발과 방산 생태계 및 공급망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KAI 민영화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오는 20일 열리는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 김종출 KAI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지분 매각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증인 채택 사유로 '수출입은행 보유 KAI 지분 매각 및 민영화'를 명시했다. 수출입은행은 23일 재경위 종합감사 대상에도 포함됐다.
수출입은행은 KAI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한화그룹과의 지분율 격차는 10.52%p다. 국민연금공단 지분 8.75%를 더하면 정부 측 지분은 35.16%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8월 3개월 일정의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으며 이달 중 수행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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