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지도가 국내 지도 서비스 중 처음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AI(인공지능) 글래스에 길안내 기능을 지원한다.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넘기지 않고 글로벌 기기에 국내 지도 서비스를 얹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생성형 AI와 증강현실(AR)이 결합하는 단계에서는 이용자의 위치·이동 정보가 어디서 처리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메타와 협력해 지난 5월 국내에 정식 출시된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에 네이버지도를 적용한다. 연내 출시 예정인 구글·삼성의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로도 서비스를 넓힌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도 이동 방향과 계단·에스컬레이터 여부 같은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받는다. 해당 기능은 안드로이드에서 먼저 지원하고 iOS로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도 데이터 유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글래스로부터는 사용자 음성이나 버튼 터치, 결과 음성 정도로만 디바이스 통신 중이라 지도 데이터 유출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메타 관계자도 "네이버지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성 안내를 하는 것으로 메타 쪽에 데이터를 이전하는 것은 없다"며 같은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도 지도 반출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석한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네이버지도가 경로를 계산하고 스마트폰을 거쳐 AI 글래스로 음성 안내만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메타에 지도 원본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내비게이션 안내를 듣는 것과 유사한 구조"라고 말했다.
반출 규제의 근거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공간정보관리법)이다. 제16조와 제21조는 기본측량성과와 공공측량성과 가운데 '지도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토교통부 장관 허가 없이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국가안보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반출이 금지되고 관계부처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결정이 있어야 예외가 인정된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POI(관심지점) 검색 결과나 '50m 앞에서 좌회전' 같은 음성 안내가 곧바로 국가 측량성과의 국외 반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해외 사업자가 국내 측량성과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제공받거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대량의 지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면 반출 규정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본 파일을 통째로 넘기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검토 대상에서 모두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글·삼성 기기는 '제미나이'로 네이버지도를 음성 호출해 길안내를 받는 방식이다. 구글은 지난 2월 정부 협의체 결정으로 1대 5000 축척 지도 반출을 보안 조건부로 허가받았다.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부 검토를 거친 데이터만 반출하는 조건이며 반출 범위는 기본 바탕지도와 교통 네트워크로 한정됐다. 지도 데이터와 별개로 '근처 카페 찾아줘' 같은 음성 질의에는 이용자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 장소 좌표가 쓰인다. 이 정보가 처리되는 위치에 따라 해외 이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용자 정보는 지도 반출 규제와 별개로 따져야 한다. 개인의 위치와 이동 경로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의 국외이전 요건을 적용받는다. 김 대표는 "지도 원본을 넘기지 않더라도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공간정보와 이용 행태가 국경을 넘는 현상은 '기능적 국외이전'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적 국외이전'은 현행법상 별도로 규정된 이전 유형은 아니다.
네이버는 AI 글래스와 네이버지도에 축적된 로컬 정보를 연계해 현실 공간과 디지털 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이용자의 이동 전반에서 새로운 로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스플레이형 글래스에서는 AR 경로 안내와 매장 정보, 쿠폰 제공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도로 형상과 POI 좌표, 건물 출입구 같은 공간정보의 비중이 커지고 카메라 영상과 지도를 결합하는 기술도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방식도 가능한 만큼 기술 구조와 데이터 접근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쟁점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AI 기기와 국내 지도 서비스가 결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주권 문제는 분명히 살펴봐야 한다"며 "지도를 사용하는 사람의 위치와 이동 정보는 국경을 넘을 수 있다. AI 시대의 공간정보 관리는 지도 파일뿐 아니라 데이터가 실제로 이동하는 경로와 활용 권한까지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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