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의 한·미 간 불협화음과 관련,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스 1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언제나 당당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국가들이 각각의 국익을 추구하는데 그게 언제나 일치할 수 있겠나"라며 "끊임없이 토론하고 주장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보 당국 간 엇박자 등 한·미 관계의 파열음이 익명의 당국자는 물론 강경화 주미대사를 통해 공개되는 상황에서 정부 외교 기조를 직접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외교가 지금 마주한 엄혹한 현실은 단순히 '당당'이라는 명분과 수사만으로 돌파하기 어렵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주한 미국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한·미 정보 공조의 이상 기류와 고위급 소통 부재는 한국 외교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강 대사는 한·미 간 정보 공유 제한 논란을 양자(兩者) 외교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현안 중 하나로 꼽으며 이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백악관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강 대사가 지난 7월 일시 귀국해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설명했던 한·미 관계의 이상기류가 통상 분야 갈등을 넘어 이제는 정보·안보 협력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다.



강 대사의 이번 토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난 12일 발언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정 장관은 한·미 동맹에 이상이 없다며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일부 제한을 "미 측의 사실관계 착오에 의한 잘못된 조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미 관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양국 간 정보 협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가 일부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동맹 간의 이견은 이 대통령 말대로 당연히 존재할 수 있으며, 국익에 맞춰 조율해 나가는 것이 외교의 본질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전제 조건은 상호 간의 단단한 '신뢰'다. 미국 행정부와 정보 당국이 우리 정보 라인의 보안성과 신뢰 훼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현 상황은 단순한 입장 차이를 넘어선다. 외교 최일선에 서 있는 주미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인사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인하는 마당에, 이 대통령이 강조한 "토론과 조정"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외교 방침은 실용적 국익 외교"라고 거듭 밝혔다. 특히 "한미동맹은 외교의 축으로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른 주변 강국과의 관계 관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의 '실용적 국익'은 한·미 동맹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동맹국과의 소통 창구를 닫아걸고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동맹의 중심을 잡고 균열을 수습해야 할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이상론을 쫒는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