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스닥이 동시에 7% 넘게 폭락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오후 장중 한 때 코스피는 55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 뉴스1


1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7% 넘게 폭락하는 '검은 목요일'이 연출됐다. 지난달 말부터 7000, 6000선이 잇따라 무너지는데도 반등을 기대하며 코스피에 남아 있던 개미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200조 원 넘게 팔고 나간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한국 증시에 복귀하지 않는 한 상반기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어제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 코스닥은 5% 넘게 하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같은 날 매도 사이드카가 나온 건 7월 29일 이후 11주 만이다. 정오 무렵에는 낙폭이 8%를 넘겨 20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됐고 한 때 코스피는 55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57% 하락한 5554.22, 코스닥은 7.65% 내린 760.82로 마감됐다.



폭락의 표면적 원인은 미국에서 제기된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차입 부담이 과도한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들의 주가는 하루 전 10% 안팎 급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만드는 메모리반도체 주요 고객들의 자금 사정에 탈이 났다는 신호다. 같은 날 나온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7%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3.75~4.0%로 올린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말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외 악재의 충격이 한국 증시에서 몇 배씩 증폭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월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 하락 폭은 10%에 크게 못 미치지만, 코스피는 어제까지 33% 급락했다. 상반기 상승률 95%로 주요국 지수 가운데 압도적 1위에 올랐던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해도 하락 폭이 심각하다.

취약성의 원인은 시총 절반을 반도체에 의존하는 '삼전닉스' 쏠림과 함께 카지노란 비판이 나올 정도로 커진 변동성이다. 하루 5% 등락이 다반사였던 7월 이후 해외 연기금 등 외국인들에게 한국 증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줄여둬야 하는 위험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도 증시의 회복을 이끌기 어렵다. 코스피 7000 이상일 때 빚까지 내 80조 원 넘게 투자했다가 발이 묶인 개인들은 증시를 주도할 힘을 잃었다. 보유비중 한도까지 높여 국내주식을 꽉 차게 들고 있는 국민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증시를 떠받쳐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끝나간다.

이런 때 성급하게 증시를 부양하다간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떠날 기회를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진득이 오래 투자하면 언젠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시장이란 믿음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주식 장기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배당이득 분리과세 확대 등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신뢰를 높일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