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1심과 2심의 형량 차이가 큰 이른바 '고무줄 형량'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재판부마다 가담 행위의 위법성을 다르게 평가한 결과다. 내란 사건은 별도 양형기준이 없어 재판부의 시각이 형량의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형량이 16년이나 줄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담당 직원을 대기시키고 수도권 교정시설의 수용 여력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행위를 내란 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합동수사본부 인력 파견 검토 지시와 관련한 일부 혐의 및 직권남용 혐의 전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 5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단이 뒤집히면서 형량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위법한 단전·단수 지시를 막지 않은 책임까지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해당 판단이 특검의 기소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그 부분을 파기했다. 일부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주요 유무죄 판단이 유지됐음에도 형량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같은 달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형량을 징역 7년에서 9년으로 늘렸다. 1심은 언론사 단전·단수가 실행되지 않은 점을 유리한 정황으로 봤다. 항소심은 실제 단전·단수가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지시의 위법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내란 관련 재판은 판결 사례가 적어 재판부마다 형량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09년부터 법관별 양형 편차를 줄이기 위한 양형기준제가 시행됐지만, 내란죄의 경우 별도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마다 가담 정도나 처벌 필요성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상급심에서 형량을 크게 변경할 때는 판결문에 그 근거를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 관련 사건 재판은 전례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재판부 사이에 양형 차이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면서도 "재판부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증거에 따라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기준을 일관되게 판단해야 신뢰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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