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와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놓고 10년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흙에서 찾아낸 균일까,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건너온 균일까.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 균주를 어디서 확보했는지를 놓고 국내 제약사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균주의 출처를 둘러싼 의혹은 10년째 이어지는 기업 간 분쟁으로 번졌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다. 근육을 마비시키는 성질을 활용해 주름 개선과 근육질환 치료 등에 쓰인다. 의약품 생산의 출발점은 독소를 만들어내는 균주 확보다. 같은 보툴리눔균이라도 균주에 따라 독소 생산량과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의 역사는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대학에서 연구하던 양규환 박사가 귀국하면서 보툴리눔균을 연구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왔다는 게 메디톡스 측 설명이다. 이후 제자인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균주를 넘겨받아 상업화에 나섰고 2006년 국내 첫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메디톡신'을 출시했다.

이후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내세운 균주의 출처는 달랐다. 2010년 '보툴렉스'를 출시한 휴젤과 2014년 '나보타'를 선보인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이 지목한 장소는 경기 용인시의 한 축사 인근이었다. 이곳에서 채취한 흙에서 균주를 분리했다는 설명이다.

휴젤은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 예정 음식물을 수거해 부패시킨 뒤 혐기배양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선별한 균주가 보툴렉스의 원료가 됐다는 주장이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은 2016년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대웅제약과 휴젤에 균주 출처를 밝히라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균주의 독소 관련 염기서열이 자사 균주와 일치한다며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자연에서 독자 확보한 균주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휴젤 역시 독자 확보한 균주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공방은 법정으로 번졌다.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3월에는 휴젤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결과는 엇갈렸다. 대웅제약과의 국내 민사소송에서는 2023년 2월 1심 재판부가 메디톡스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대웅제약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로 예정됐다. 휴젤과의 미국 ITC 분쟁에서는 2024년 10월 휴젤의 관세법 위반이 없다는 최종 판단이 나왔다.

균주 출처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는 사이 보툴리눔 톡신 개발의 방향은 달라졌다. 유전공학과 단백질공학을 활용해 원하는 특성의 톡신을 직접 설계하는 연구가 확산하는 흐름이다. 약효 발현 시간을 앞당기고 지속 기간을 늘리며 내성과 부작용을 줄이는 게 목표다.

재조합 톡신 개발사 엠브릭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권대혁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는 "기존 방식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환경에서는 좋은 균주가 사실상 핵심 경쟁요소였다. 앞으로 경쟁력은 기존에 존재하던 균주 확보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견보다 발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무게중심 역시 미용에서 치료로 옮겨가는 추세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대부분 미용 목적으로 쓰이지만 해외 시장은 만성 편두통을 비롯한 치료 목적 비중이 더 높다. 박휴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국내 미용 시장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려면 미용 외 치료 영역으로 활용 질환군을 넓히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