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내 AI 스마트안경 부정행위 차단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수능 현장에는 전담 인력 배치, 임용고시·면허시험 등 국가시험은 전파탐지기 자체 구매에 나서는 등 기관 간 대응 방식이 갈리고 있다. /사진=뉴스1


시험장에서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는 대응이 기관마다 엇갈리고 있다. 오는 19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시험장마다 전담 인력을 두는 반면 면허·임용 등 일부 국가시험에서는 기관들이 시판 전파탐지기를 구매해 쓴다. 이들 장비가 AI 안경을 얼마나 가려내는지에 대한 검증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수능 스마트안경 활용 부정행위 관련 대응 계획'에서 전국 1312개 시험장에 판별 전담 인력을 1명씩 두기로 했다. 시험장용 전파탐지기는 전문기관이 개발 중인 장비를 점검한 뒤 내년 수능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른 시험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장비를 마련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전파탐지기를 이미 확보해 다음 주 중 전국 면허 필기 시험장에 1대씩 배치할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신호가 어느 정도 탐지되는지 성능을 확인한 뒤 시범 운영을 거쳤다"고 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AI 기기 이용을 중대한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내년까지 국외 시험장에 전파탐지기를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시도교육청도 지난달부터 임용시험에 대비해 탐지기를 갖추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오는 7일 실시하는 초등 교원 임용 1차 시험을 앞두고 대당 22만원 상당의 제품 2대를 샀다. 제품 설명에는 몰래카메라·도청기 탐지용으로만 소개돼 있다. 이 탐지기가 감지하는 1MHz~6.5GHz 대역에는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주파수가 포함되지만 AI 안경을 실제로 잡아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 임용은 지원자 수가 많지 않아 2대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제품은 외부에서 공통으로 지침을 받아 지정 구매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안경의 신호 패턴을 분석하는 전용 탐지기는 아직 개발 단계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최근 사업 기간 70일, 사업비 5000만원 규모의 AI 안경 전파탐지기기 개발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이 장비는 저전력 블루투스(BLE) 신호로 AI 안경 유무와 제조사를 식별하고, 와이파이(Wi-Fi) 통신 패턴을 분석해 사진·영상 전송과 AI 사용 가능성을 추정한다. 원리 검증 후 시제품 제작과 승인검사를 거쳐 시험 현장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KCA 관계자는 "기술이 확실한지 검증이 필요하고 전파 환경에는 변수가 많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업 기간을 감안하면 성능 검증은 내년 초에야 끝날 전망이다. 그 전까지 각 기관이 들여온 시판 장비는 AI 안경 탐지 성능을 공식 확인하지 못한 채 쓰인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모의훈련 때 금속탐지기와 전파탐지기가 AI 안경을 잡아내지 못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국가기술자격시험 수탁기관 10곳은 이달 중 협의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준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시험장 주변에 스마트폰 등 다양한 무선 기기가 있어 전파나 BLE·Wi-Fi 신호 감지만으로는 특정 스마트안경을 구별하기 어렵다. KCA가 개발 중인 기술은 통신 패턴까지 분석한다는 점에서 더 정교한 접근으로 보인다. 실제 시험장 환경에서 다른 무선 기기들과 스마트안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