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통령이 자기 이름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결합해 경제정책 기조를 작명한 첫 사례는 김대중 정부의 'DJ노믹스'였다. 이후 노무현 정부의 '노(盧)노믹스', 이명박 정부 'MB노믹스', 박근혜 정부 '근혜노믹스'에 이어 소득주도 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가 뒤따랐다. 비상계엄으로 자멸한 윤석열 정부는 별다른 정책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출범 1년 반이 지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도 아직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이름이 없었다.
20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이 대통령이 '이재노믹스'를 내걸고 '5·5·5 공약(국력 세계 5위·국민소득 5만 달러·코스피 지수 5000)' 등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입에 착 달라붙지 않아서인지 널리 통용되지 못했다. 기존의 작명법을 따른다면 J노믹스가 당연히 후보에 올랐겠지만, 문 정부와 겹쳐 피했을 것이다. 21대 대선에선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상위개념으로 '잘사니즘'을 내걸었는데, 정부 출범 후엔 더 이상 쓰이지 않았다.
이달 3일 이 대통령이 국회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모두의 성장'은 현 정부 잔여임기 3년 반을 관통할 경제기조로 보인다.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붙이면 좋을 이름을 물었더니 제미나이는 '모두노믹스', 또는 '모든'을 뜻하는 라틴어 접두사 옴니(omni)를 붙인 '옴니노믹스'를 추천했다.
모든 국민이 성장 과실을 공유하게 노력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은 말 하나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모두노믹스는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구조적 다수론'을 구현하기 위한 경제정책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민주개혁 진영은 현실적으로 구조적 소수에 가깝다. 우리끼리 뭉쳐봐야 재집권할 수 없다"면서 중도, 합리적 보수가 동의할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를 둘러싼 상황이 모두노믹스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강성 지지층은 대통령이 '무극파(무책임한 극단주의자)'라 비판했을 만큼 선명한 좌파 정책을 고집한다. 중도층과 합리적 우파는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에 떠밀린 결정을 내릴 때마다 '역시나'하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4월에 67%로 정점을 찍은 국정 지지율은 지금 40% 아래로 떨어졌다.
모든 국민이 성장 과실을 공유하게 노력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은 말 하나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모두노믹스는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구조적 다수론'을 구현하기 위한 경제정책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민주개혁 진영은 현실적으로 구조적 소수에 가깝다. 우리끼리 뭉쳐봐야 재집권할 수 없다"면서 중도, 합리적 보수가 동의할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를 둘러싼 상황이 모두노믹스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강성 지지층은 대통령이 '무극파(무책임한 극단주의자)'라 비판했을 만큼 선명한 좌파 정책을 고집한다. 중도층과 합리적 우파는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에 떠밀린 결정을 내릴 때마다 '역시나'하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4월에 67%로 정점을 찍은 국정 지지율은 지금 40%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난관의 타개책으로 보이는 모두노믹스의 전조가 두어 달 전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초연금 개편 문제가 신호탄이었다. 8월 말로 예정됐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개편안 사전 브리핑은 청와대와 협의 끝에 1시간 전 돌연 취소됐다. 이후 나온 개편안은 축소 필요성이 제기된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70% 노인'으로 유지하면서 저소득층 지원만 늘렸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시한 '하후상박(下厚上薄) 개혁' 취지는 약화되고, 미래 청년들이 질 세금부담은 커졌다.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는 대통령 지시 후 멈춰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맥락이 같다. 농지 전수조사로 흉흉해진 농민, 특히 호남지역 지지율을 의식한 조치란 분석이 많다. 농업 부문 피해보다 수출 제조업 혜택이 훨씬 크다는 정부 분석은 무용지물이 됐다. 보호무역 확산에 대응할 소중한 기회를 잃을 거란 산업계 우려가 큰데도 이 대통령은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제 임기 안에는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농민을 달랬다.
호남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내 입법이 추진되던 '초광역특구법'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 연장이 포함될지 불확실해졌다. 역시 "기존 시행령을 고칠 수 없는지 논의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지층인 노동계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화폐 세금 부과를 정부 여당이 연기하려는 데에도 2030 청년층의 낮은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떤 제도적 개혁이든 반대하는 이해집단은 있다.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정책은 일단 멈추는 게 기조로 굳어진다면 향후 어떤 경제개혁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몇 년 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뒤엔 지출규모가 불어난 기초연금이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CPTPP 가입과 경직적 주 52시간제 개편 지연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자칫 '모두' 챙기려다 머지않은 미래의 '성장'은 놓치게 된다.
'케이키즘(Cakeism)'은 '케이크를 갖고 있기도 하고, 먹기도 할 수는 없다'는 영국 속담에서 나온 말이다. 상충하는 인간의 욕심, 사회적 요구를 전부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는 교훈인데, '그래도 나만은 해법이 있다'고 자신하는 게 지지율이 필요한 정치인들이다. 현 정부의 모두노믹스가 케이키즘으로 변질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는 대통령 지시 후 멈춰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맥락이 같다. 농지 전수조사로 흉흉해진 농민, 특히 호남지역 지지율을 의식한 조치란 분석이 많다. 농업 부문 피해보다 수출 제조업 혜택이 훨씬 크다는 정부 분석은 무용지물이 됐다. 보호무역 확산에 대응할 소중한 기회를 잃을 거란 산업계 우려가 큰데도 이 대통령은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제 임기 안에는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농민을 달랬다.
호남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내 입법이 추진되던 '초광역특구법'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 연장이 포함될지 불확실해졌다. 역시 "기존 시행령을 고칠 수 없는지 논의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지층인 노동계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화폐 세금 부과를 정부 여당이 연기하려는 데에도 2030 청년층의 낮은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떤 제도적 개혁이든 반대하는 이해집단은 있다.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정책은 일단 멈추는 게 기조로 굳어진다면 향후 어떤 경제개혁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몇 년 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뒤엔 지출규모가 불어난 기초연금이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CPTPP 가입과 경직적 주 52시간제 개편 지연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자칫 '모두' 챙기려다 머지않은 미래의 '성장'은 놓치게 된다.
'케이키즘(Cakeism)'은 '케이크를 갖고 있기도 하고, 먹기도 할 수는 없다'는 영국 속담에서 나온 말이다. 상충하는 인간의 욕심, 사회적 요구를 전부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는 교훈인데, '그래도 나만은 해법이 있다'고 자신하는 게 지지율이 필요한 정치인들이다. 현 정부의 모두노믹스가 케이키즘으로 변질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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