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안경의 일상 보급이 늘었으나 기업 면접 현장은 응시자 안경을 벗겨 육안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대책 필요성이 커진다. /사진=뉴스1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이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진화하면서 채용 면접의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국가자격시험은 판별 인력 배치와 형사 고발 등 대응에 나섰지만 기업 면접장은 면접관의 눈대중에 기대고 있고 이를 규율할 법 조항도 없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AI 안경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3% 급증했다. 최근 출시된 제품은 겉모습이 일반 안경과 비슷해 육안으로 구별하기도 어렵다.

메타가 지난 9월 공개한 '레이밴 메타 오디오'는 카메라를 없애 안경테를 얇게 만들고 무게도 43g으로 줄여 음성과 AI 기능에 집중했다. 채용 면접장에서는 이런 기기를 가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최근 IT기업 채용 면접을 치른 한 취업준비생은 "면접관이 안경을 벗어보라고 한 뒤 겉모습만 슬쩍 들여다보고 끝났다"며 "검사한 직원도 일반 직원이었고 외관만으로는 일반 안경과 AI 안경을 구분조차 못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 면접장 착용을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 지난달 HR테크 기업 슈퍼코더가 기업 인사 담당자(348명)와 구직자(478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인사 담당자 92.2%, 구직자 81.6%가 면접장 내 AI 스마트안경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지해야 하는 이유는 엇갈렸다.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 문항이나 면접관 신상 등 기업·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을 가장 우려했다. 구직자들은 고가의 스마트안경을 살 수 있는 지원자와 그렇지 못한 지원자 사이에 공정성과 형평성이 깨진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작 기업이 면접장에서 착용을 막거나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공무원임용시험령이나 국가기술자격법 등은 부정행위자에 대한 시험 무효와 응시 자격 정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는 면접장 전자기기 반입 금지나 소지품 검사, 부정행위 제재에 관한 조항이 없다. 채용절차법상 구직자 의무는 제6조 '채용서류의 거짓 작성 금지'가 전부다.

공공 시험은 기존 제재에 더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수능 스마트안경 활용 부정행위 관련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국가시험의 정상적 운영을 고의적·계획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적극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감독을 맡는 교사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에서는 교원의 82.3%가 현행 감독 절차로는 스마트안경을 식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가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병훈 이사장도 국정감사에서 스마트안경을 식별하는 'AI 인스펙터'라는 별도 감독직을 마련하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기술적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남석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기업이 지원자의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부정행위를 처벌할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다. 소규모 기업까지 법적 의무를 강제하면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업 규모를 아우르는 정부 차원의 채용 가이드라인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