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중음악 비평 웹진 이즘의 창간 25주년 공연 무대에 선 가수 김수철(왼쪽)과 지난달 21일 동행미디어 시대의 시대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조현정기자·조현호기자


"올드 제너레이션, 우릴 불러 쟤네 영크크, 영크크!"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의 노래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의 가사다. 요즘 MZ세대는 이 곡에서 유래한 '영크크'와 '늙크크'라는 말을 쓴다. 영크크는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뜻하고, 늙크크는 반대로 최신 유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늙크크'로 불리는 중장년은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린다. 오래된 것은 정말 경쟁력이 없는 걸까.

지난달 23일 대중음악 비평 웹진 이즘(IZM)의 창간 25주년 공연에 다녀왔다. 창립자인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진행하고 싱어송라이터 김수철, 혼성밴드 자우림,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기타리스트 유병열, 신인 록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한 무대에 올랐다. 25년간 100명이 넘는 필진이 3만 건 이상의 음악 기록을 쌓아온 이즘이 온라인을 벗어나 독자와 음악인을 직접 만난 자리였다.

1997년 데뷔한 자우림은 "우리 데뷔할 때부터 평을 써주시고 꼬꼬마였던 자우림을 지금까지 봐주신 분들"이라며 "이즘도 참 오래오래 해드신다"고 농담을 던져 객석에 웃음이 터졌다.

1979년 데뷔한 '작은 거인' 김수철(69)은 오래 함께한 밴드 멤버들을 소개하며 "스물둘에 나랑 밴드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50이 넘었다"고 했다. 그는 대중가수에 머물지 않고 배우와 국악 작업, 미술까지 영역을 넓히며 변신을 거듭해왔다. 최근 창작 작업에 몰두하느라 목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지만 기타를 잡자 세월이 무색했다. 독특한 음색과 현란한 연주에 객석이 들썩였다.

더 극적인 '늙크크'도 있다. 이수만(74)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다. SM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K팝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 그는 지난달 남녀 아이돌 A2O 소울과 A2O 라이트를 선보이며 약 3년 만에 국내 K팝 시장으로 돌아왔다. 과거의 히트곡을 다시 꺼내면서 복귀한 게 아니었다. 인공지능(AI)와 입체 영상 기술인 4DGS 같은 신기술을 앞세웠다.

A2O 라이트의 데뷔곡 '네온'(NEON)은 공개 29시간 만에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고 음악방송 8관왕을 차지했다. SNS에는 '네온'의 커버댄스와 안무 배우기 영상이 넘쳐났고, 노랫말의 하이라이트는 '미혼앤비혼'이라는 밈으로 번졌다.

흥미로운 건 곡의 방식이다. 짧은 곡이 대세인 K팝 시장에서 3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댄스 브레이크와 브리지까지 넣었다. 강한 비트와 군무, 귀에 감기는 멜로디는 익숙한 '이수만표 K팝'인데 그 위에 어린 다국적 멤버들과 새 기술을 얹었다.

이즘 공연은 '버팀의 힘'을 생각하게 했다. 25년을 지켜온 비평 웹진, 48년째 무대에 서는 가수. 여기에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수만의 복귀 열풍을 겹쳐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오래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버티면서 계속 바뀌어야 한다.

한때는 젊음 자체가 정보력이었다. 새로운 음악과 새 유행, 새 기술은 젊은 세대가 먼저 알았다. 그러나 AI가 그 차이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이수만의 복귀에도 AI가 전면에 섰다. 이제 60~70대도 마음만 먹으면 어제 나온 기술을 배우고, 영상을 만들며, 필요한 앱까지 척척 만든다.
김수철도, 이수만도 평범한 사례는 아니다. 그래도 가는 방향은 같다.

나이가 저절로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면 진짜 '늙크크'다. 반대로 경험이 수십 년이어도 새것 앞에서 기꺼이 초보가 되고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AI는 최신 정보를 몇 초 만에 찾아줘도 30년의 시행착오까지 대신 살아주지는 못한다. 그러니 늙크크라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새것 앞에서 다시 초보가 될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