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의 거센 후폭풍이 한국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민주당이 압승한 이른바 '블루 쓰나미'의 여파로 반도체 주가가 폭락하고 세계 증시가 일제히 요동쳤다. 코스피도 지난 6일 장중 5,000선이 붕괴되는 충격을 겪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이다. 실제 규제 강화가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과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 지 여실히 드러났다.
위협은 이것만이 아니다. 선거 참패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공장 건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최고 300%의 징벌적 관세를 물리겠다"며 통상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의회 권력을 잃은 트럼프 행정부로선 관세와 행정명령 등 대통령이 주도할 수 있는 수단에 더욱 의존할 공산이 크다. 미 의회발 반도체 수요 둔화와 행정부발 보복 관세가 동시에 밀려오는 전례 없는 '이중 파고'가 우려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미 의회 권력 재편에 맞춰 통상·공급망 전략을 다시 짜느라 분주한데 여의도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조작 여부를 수사하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 처리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새 법무부 장관에 자신과 같은 법무법인 출신인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을 임명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7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방탄 특검" "공소취소를 믿고 맡길 측근을 장관으로 고른 것"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정치검찰 방탄용 장외집회"라고 맞섰다. 나라 밖 경제 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와중에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대외 환경의 급변에 국가적으로 대처하기도 바쁜 시점에 논란이 많은 특검을 강행 처리하고 정국을 급랭시킨 집권 여당의 책임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와 별개로 국회 앞에 정부가 제출한 821조 원 규모의 초팽창 예산안이 놓여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낙관적인 성장, 세입 전망을 전제로 지출을 늘렸다가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국채 발행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넘어간다. 경제 여건의 변화를 반영해 예산안의 세입 전망과 지출 우선순위부터 냉정하게 따지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여야 지도부는 대미 통상 대응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 예산안 심사만큼은 정쟁과 분리하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가 한국 경제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부와 국회의 대응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위기를 키우는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정치가 제 기능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지금 가장 시급한 위기 대책이다.
대외 환경의 급변에 국가적으로 대처하기도 바쁜 시점에 논란이 많은 특검을 강행 처리하고 정국을 급랭시킨 집권 여당의 책임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와 별개로 국회 앞에 정부가 제출한 821조 원 규모의 초팽창 예산안이 놓여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낙관적인 성장, 세입 전망을 전제로 지출을 늘렸다가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국채 발행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넘어간다. 경제 여건의 변화를 반영해 예산안의 세입 전망과 지출 우선순위부터 냉정하게 따지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여야 지도부는 대미 통상 대응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 예산안 심사만큼은 정쟁과 분리하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가 한국 경제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부와 국회의 대응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위기를 키우는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정치가 제 기능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지금 가장 시급한 위기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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